씩씩하게 산다는 것
무척 오랫동안 글을 남기지 않았다.
으레 여름이 그러하듯 지쳐있었고 와중에 바쁘기도 했다.
마이너하고 지쳐 훨훨 늘어져있었다기 보단, 여름을 즐기기도 많이 즐겼다.
그 사이 제임스 블레이크 내한도 다녀왔고 ( 글을 써야지 마음먹고는 또 실패했다..)
인디밴드들의 공연도 왕왕 보았고
부산국제영화제도 다녀왔으며
좋은 책들도 읽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감상을 적어야겠다고 생각을 해두곤 내팽개쳐둔 것이 참으로 많았다.
그러던 와중 부득부득 이 글을 남기는 것은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엄마를 모시고 단둘이 영화를 보고 왔다. 처음으로 엄마와의 영화데이트였는데, 무척 특별하게도 내가 작업한 영화였고, 처음으로 개봉을 한 영화이기도 했다.
추석 내내 밀려드는 일거리와 골칫거리 등으로 집도 못 갔던 불효녀에게 이 영화는 꼭 함께 하고 싶은 순간이자.
아마 이 순간은 내 삶에 엄청나게 소중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날이었다.
엄마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다른 가족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세상에서 가장을 뽑자면 엄마이다.
나는 마치 애인을 처음 소개하는 심정으로 영화관에 함께 들어갔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엄마 옆에서 비로소 영화를 영화로, 관객으로 느슨하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상황에 따라 엄마가 초조해하기도, 웃음 짓기도, 안타까워하기도 하는 모습이
그렇게도 애정이 갔다.
작은 영화이기에 극장 안에 사람은 몇 없었지만, 그 모든 사람들에게도 애정이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도 나의 갑작스러운 데이트 신청에 (전날 졸라대서 갔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꼭 함께 극장에서 보아야겠다고 생각이 드셨다고 한다.
어린 시절 어려운 와중에도 피아노만은 가르쳤던 어머니 덕에 나는 오늘 좋아하는 무언가를
시도하며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앞으로도 씩씩하게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