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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illang Jul 12. 2024

무화가 드디어 최최종 하일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

그럴리가 없을건가, 제 사랑의 종착지란

무화의 이번 짜증 상대는, 자신이다. 


왜 중요한 날에만 뾰루지가 나는가. 거울을 보고 망연자실한 여자가 더욱 피부 화장에 신경쓴다. 하지만 하일이라면, 그런 남자라면 제 얼굴에 뾰루지가 있건 없건 내면이 아름다운가에 초점을 두고 만날 것 같다. 유일하게 사진 요청 없이 만나는 남자다. 어제 통화로 무화가 어떻게 알아보냐고 묻자, 하일이 웃으며 답하기를


 


[눈빛. 우린 분명 통할겁니다. 지금까지 나눴던 감정들이 한데로 모아지는 눈이 있을 겁니다.]


라더라. 그래도 좀 더 힌트를 달라고 조르자 키가 클 것이고, 머리는 파마기가 조금 남아 뻗친 단발, 그리고 덮수룩하되 앞머리 사이로 눈이 보일 것이라 했다. 무화의 상상에서 하일은 얼굴은 꽃미남이고, 살짝 마른듯한 몸에, 가디건을 주로 걸치지만 캐주얼하지 않은 복장의 신비스러운 남자였다. 실제로 그랬으면 참 좋겠다.


 


“그래도, 못나 보이는 건 내 자존심의 문제니까. 이건 날 위한 거야. 내가 스스로 예뻐보여야 남들 눈에도 예뻐 보이지.”


 


스펀지로 팡팡, 액체 파운데이션을 두드린 무화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거울을 본다. 웃어본다. 이번에는 정말, 진짜로, 최종으로, 좋은 남자가 나올 것만 같다. 하일이 제가 바라던 남자일 것만 같다. 유일하게 연락을 지속하는 한 달 동안 한 번도 서로 상대방 변경 요청을 하지 않았다. 


얼굴도 모르면서 어제 하늘을 보며 무슨 감정이 들었는지, 부모님께 얻은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는 누구보다 깊이 공감했다. 그러니 상대방의 얼굴이나 직업에 얽매이지 않은, 진짜 좋은 사람이 나타날 지도 모르겠다고 무화는 90% 확신했다. 남은 10%란, 그간 프로젝트에 나왔던 남자들에게 데인 뒤 생겨버린 방패막이랄까. 100%의 사람은 없으니까. 어느 정도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무화가 하일이 보낸 주소로 향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하일이 보내준 주소 주변까지 왔는데 이상하다. 카페라고는 보이질 않는다. 하일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생각한 무화가 핸드폰을 든다. 그리고 같은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4통이나 왔고, 문자또한 남겨져있음을 확인한다. 설렘에 진동이 왔는지도 몰랐나보다. 그나저나 이 중요한 순간에 누가 방해람. 무화가 핸드폰에 지문을 갖다 대 화면 잠금을 풀고, 그녀는 보지 말아야 할 것, 아니 꼭 봐야할 것을 보고 말았다.


[귀하의 민원에 답변이 달렸습니다. : 


무화님, 대단히 죄송합니다. 프로그램이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신고로 걸러졌던 사람들이 일부 편입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새로 매칭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배치되도록 누군가 업데이트를 방해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부 해당 시스템을 해킹하였습니다. 지난 번에 만나 의견 주셨던 서장현을 포함하여, 다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경고 및 퇴장당한 사람들이 매치된 분께 일일이 전화를 드리고 있으니, 혹시 전화가 올 시 꼭 받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재중 전화 4통. 무화는 불안한 직감이 아니기를 바라며 이윽고 울리는 다섯 번째 전화를 받았다.


“네, 지무화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무화님. 저 김배람 주무관입니다. 지금 한 달 동안 매칭되었던 남성분, 혹시 만나셨을까요?”


“아니요. 이제 딱 만나려고 약속 장소에 가는 중인데요. 카페라고 했는데 주변에 카페라곤 하나도 안 보이네요.”


 


그랬더니 김배람이 하는 말이란, 충격적이었다.


“무화님. 당장 대로변으로 가시고, 가까운 경찰서나 소방서가 있으면 더 좋습니다. 신변을 보호하셔야겠습니다. 현재 무화님 핸드폰 위치 추적으로 경찰과 협조하여 5분 내에 도착합니다.”


네에? 생각지도 못한 말에 무화가 가방을 꼭 쥔다. 주변을 둘러본다. 한적한 골목길에서 오른쪽으로 400m만 더 가면 하일이 가리킨 장소다. 모퉁이가 직각으로 꺾여 카페가 보이지 않나보다, 하일이 말한 카페가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협소한 곳인가보다 막연히 생각했던 무화가 뒷걸음질친다.


 그 때, 가디건을 입은 웬 남자가 꽃을 들고 웃으며 무화에게 손을 흔든다. 단발과 짧은 머리 사이의 파마기, 눈은 보이되 덮수룩한 앞머리, 하일이 틀림없다.


 


“배람님. 제가 지금 위험한 상황인가요? 이미 앞인데.”


“무화씨. 잘 들어요. 일단 친구랑 전화하는 척 웃어요. 하하하. 따라해 보세요. 하하하. 그리고 제가 하나 둘 셋을 셀테니, 무조건 뒤를 돌아 뛰어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는 겁니다. 준비됐죠?”


 


하하하. 어색하게 웃은 무화에게 하일로 보이는 남자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미소짓는다. 그리고는 얼른 이쪽으로 오라며 한 손을 까딱거린다. 하나, 둘,


셋.


 


무화가 가방을 냅다 쥐고 뒤뚱뒤뚱 구두를 신은 채로 달린다. 하일은 멀어져가는 무화를 보며 무어라 소리친다. 하지만 곧이어 들리는 건, 경찰차 출동 소리와 욕설. 누군가 억지로 연행되는 듯 바닥에 질질 발이 끌리는 소리다.


 


“...이게 무슨 일이야. 사랑을, 그저 좀 덜 외로워지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게 뭐야 대체!” 


울면서 주저앉는 그녀를 마침 찾고 있던 남자가 발견한다. 무화를 일으켜세우고 괜찮냐고 묻는 사람은, 처음에 보았던 그 남자다. 단정하니 목소리도 낮고 안정감있던,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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