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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이유로 인간이 망가졌기에, 다음편부터 회상입니다

다음의 이유로 인간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 (3-2) 목포, 지각사유

by 라화랑

그리고 긴 공백.


이 문장 뒤의 나는 사라졌다. 현실에서, 멀리.


이 글은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몇 개월 뒤의 내가 건강해져서 다시 이어 쓰는 추후 보고서이다.






긴 공백간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답한다.


직장을 며칠 쉬겠다고 허락 없이 혼자 통보하고 누구도 나를 찾을 수 없는,

서울의 한 북스테이로 도망가버렸다.


거기서 삼일을 혼자 있었다.


부모님도, 회사 사람들도 알 수 없는 도피처로. 스스로 가둬버렸다.

밖을 나서기 무서웠다.

저녁에 세탁기를 돌리다가 옆 집 문이 드륵- 열리는 소리에 황급히 전원을 끄고는


“죄송해요- 너무 시끄럽게 해서,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발요- 그만 해 주세요. 정말 안 그럴게요-”


라며 세탁기 문을 붙잡고 울고 있는 스스로를 거울 속에서 마주했을 때, 결심했다.



병원만이 살 길이구나. 나 심각하게 망가져 버렸구나.


세상에서의 방패막이 사라진 나는 덜덜 떨며 병원 문이 닫는 빨간 날들을 버티고, 가방을 꼭 쥐고 울렁거리는 거리를 겨우 걸어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에 겨우 쓰러지듯 앉았다. 그리고 쉬는 안도의 한 숨.


드디어- 나 여기서 살 수 있어. 죽기 직전에 여기까지 도착해서 다행이야.


5분 남짓한 병원으로 가는 길이, 누군가 칼을 들고 쫓아오는 것 마냥 무서웠다. 그래서 벌벌 떠는 손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걸었다.


도로에서 울리는 모든 경적 소리는 나를 향한 삿대질이었다.


“너 왜 이 시간에 여기서 걸어다니냐? 미친 거 아냐?”


신호등 앞, 횡단보도를 기다리며 아침부터 술에 취한 이상한 사람들이 큰 소리로 싸운다.

그 소리도 모두 나를 향한 책망이었다.


“이 정신 나간 여편네가, 여기가 어디라고 지금 싸돌아다녀?”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갔고, 도저히 회사에 나갈 수 없겠다고 고했으며, 그런 나를 보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울기만 하는 나를 가만히 곁에 있는 것으로 위로해주셨다. 네가 왜 힘든지 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렇기에 나는, 겨우 입을 떼어 말했다.


“세상이, 다 저를 향해 화를 내는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무서워요.”

“아무도 못 믿겠어요.”

“저를, 제발, 집에서 자게 해 주세요.”

“집도- 가족도- 친구도- 세상이 무서워서 다 그만하고 싶어요.”


치료의 시작이었으며, 인간으로서 최악의 부서짐의 순간이었다.


목포는- 완벽히 부서지기 이틀 전이다.

그래서 없다.

목포의 2박 3일 중 중반부터의 이야기.



이미 망가진 영혼이라 글도 못 쓰고 울며 불며 자취방에서 웅크려 귀를 막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하는 건지, 죽여달라고 하는 건지 스스로도 모를 마음 앞에서 지치면 자고, 일어나서 다시 울기를 반복했던 지난 날의 나에게 위로를 하는 방식은-

완벽히 망가지고 미쳐버린 그 때의 나를 토닥이듯 추억으로 예쁘게 기워넣는 것.

글로 그런 나조차 아름다웠다고 기록하는 것.




지금부터, 대충의 설명은 끝났으니 건강해진 라화랑이 용기 내어 쓰는 목포 제 2부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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