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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Apr 10. 2024

영국에서 이별하는 방식은 좀 달랐어요.

가족과 이별하는 과정에서 느낀 장례문화 차이

“정말 유감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온종일 장례식에 참석하는 문상객들로 붐빈다. 영국섬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은 비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모였다. 반평생을 고인과 함께 해 온 미망인은 애써 눈물을 감추며 문상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2주 전, 평소와 같이 아침 운동을 마친 남편은 땀범벅 눈물범벅인 채 돌아왔다. 그날 새벽녘 평안히 잠드시듯 떠나셨다는 아버님 소식을 전해준다. 작년부터 입퇴원을 반복하시던 아버지를 형제들이 돌아가며 보살피던 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잠자리를 봐 드리다가 손에 스친 아버지 얼굴이 너무나 서늘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예감한 이별의 순간이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되자 가족 모두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다.


한국에서 온 며느리인 나자신이 아는 장례절차를 떠올린다. 바로 빈소를 마련해 문상객을 맞는 모습 말이다. 하지만 영국은 일반적으로 고인이 영면에 들어가신 2주 후쯤 장례를 치른다고 한다. 그 사이 가족들은 각자의 속도로 고인이 떠나신 세상을 받아들인다. 나는 한국에서 49제까지 지내는 마음가으로 장례식 전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이 한꺼번에 참석하는 한국 입관식과는 달리, 영국은 례식 전 임시로 고인을 모신 추모관에서 미리 예약만 하면 각자 편한 시간에 고인의 유해를 찾아가 뵐 수 있다. 외국 영화에 나오듯 단정히 정돈된 모습에 가지런히 포개진 두 손. 고인의 평안한 모습을 뵈니 이제는 이별할 때가 됐음을 실감한다.

장례식이 된다. 신부님의 영면을 기원하는 기도 후 가족 대표로 장남이 단상에 올라 생전 고인을 추억하는 글을 낭독한다. 자상했던 아버지, 평생 아내를 사랑한 남편, 축구를 사랑했고 취미가 많으시던 모습, 손녀 학교 픽업하러 다니시던 할아버지. 고인의 생전 순간들에 참석한 이들이 울고 웃는다. 개인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영국문화답게 그 누구도 소리 내어 울거나 장황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잘 버티고 계신 시 어머니 옆에서 나는 큭큭 울음 소리가 새어 나올까 참느라 혼이 났다.


식을 마치고 화장터로 향한다. 장례식날 화장 후 마지막 안장까지 마무리하는 한국 장례 문화와는 달리 이곳은 화장하고 며칠 후 고인의 유골이 가족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어머님과 함께 생전 고인이 보아두신 볕 잘 드는 언덕이 있다고 한다. 얼마 후 그 언덕에 고인의 유골과 함께 나무 한그루가 심어질 예정이다.


미리 준비해 둔 펍으로 지인들이 모인다. 술과 함께 쉽게 나눠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돼지고기 파이, 감자튀김 등이 제공됐는데, 나는 문득 몇 해 전 친정부모님을 보내드리던 그 장례식장의 붉은 국밥 한 그릇이 생각 난다.


“Be kind(아끼는 이들에게 친절해라)” 를 강조하시고 몸소 실천하신 나의 시아버지는 지인들의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그렇게 세상과 이별하셨다. 평소처럼 환하게 웃으시며 떠나셨을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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