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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운동 클럽에서 외쳐 부르는 아파트

젊을 때는 운동이 선택이지만, 나이가 들면 운동은 필수입니다.

by 세반하별

“아파트, 아파트 어 어어어…”


로제의 음성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든다. 나는 춤으로 근력과 유연성을 기르는 소규모 피트니스 센터에 다닌다. 한 시간 동안 강사의 동작에 따라 다양한 음악 비트에 맞춰 춤을 춘다.


특히 브루노마스와 로제의 <아파트>가 나오면 강사선생님이 유일한 한국인인 나에게 외친다. “이 노래는 M 바로 네 거야." 한국 술게임 문화에 대한 질문은 덤이다.


중년의 운동은 몸매보다는 유연성을 우선시한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강사의 몸짓을 따라 신나게 흔들고 나면 땀이 비처럼 쏟아진다. 덕분에 찬 손발과 온몸에 온기가 돈다. 숨이 턱에 차도록 뛰는가 하면 격렬한 운동 사이에 천천히 쉬어가는 텀을 두어 운동 효과를 배가 시킨다.


“젊을 때는 운동이 선택이지만, 나이가 들면 운동은 필수입니다.”


정신없이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회가 거듭될수록 더부룩하던 속이 편안해지고, 안개 낀 듯한 부옇던 두통이 사라졌다. 따라 하느라 정신없이 흔들다 보면 우울한 생각은 기억조차 없어진다. 작심삼일을 넘어 요즘 이 댄스 시간이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수업 전후 같은 반 사람들끼리 나누는 스몰토크 재미도 쏠쏠하다. 몇 번 같이 땀 흘리고 나면 금방 서로 친해지는데,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다채롭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근력 운동과 몸의 균형감각을 이야기하고 젊은 친구들은 전형적인 체력장의 딱딱한 분위기가 싫어 춤을 춘다고 말한다.


작년 배우자를 잃은 어느 여성, 정년퇴임 후 생활의 리듬감을 위해 왔다는 분.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점심시간 짬을 내어 신나게 운동하고 돌아가는 여성, 아이와 육아전쟁 후 이때가 자신만의 시간이라며 귀하디 귀하다는 분.


영국 특유의 스몰토크가 수업 전후로 넘쳐난다. 날씨 얘기, 운동하면서 겪는 에피소드 등등 생활의 윤활유로 운동에 더해 재미가 쏠쏠하다.


폐경 전후의 몸과 마음, 제2의 인생 스타트 방법은 활기와 구슬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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