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와인의 역사와 문화 탐방기
포르투갈 제2의 도시로 불리는 포르투(Porto)
붉은 지붕이 즐비한 언덕길과 오래된 트램, 건물마다 각양각색의 아줄레주 타일로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도시 전경을 지나 도우강을 향해 걸어간다. 루이스 1세 다리로 명명된 거대한 철제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전경은 압권이다.
관광객들 사이사이, 낮은 높이의 철제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내리며 노는 동네 아이들 모습이 보인다. 도시 자체가 박물관 같은 비 현실적인 기분이었는데,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이곳은 지역주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영국에서 살고 있는 나는 포르투갈로 여행오기 전부터 포르투 와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왔다.
17세기말에서 18세기 초, 프랑스와 정치적 긴장과 무역분쟁이 잦아지자 영국 와인 수입업자들은 수입을 위한 다른 나라를 찾기 시작했다. 포르투 와인(Port Wine)이 대안으로 부상했고, 1703년 메서드인 조약을 체결한다. 이에 영국 상인들은 영국으로 보내는 긴 항해를 견딜 수 있도록 현지 포르투갈 와인에 포도주 스피릿을 더하기 시작했다.
포르투 와인과 일반적인 와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발효 과정에서 브랜디를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당분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달콤하면서도 강렬한 풍미를 지닌다.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블렌딩과 배럴 숙성의 전통이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영국 와인 상인들의 이름을 딴 워어, 그레이엄, 테일러, 콕번 등 유명한 로고들이 있다. 19세기 영국 포트 하우스의 성공이 포르투 와인을 영국에서 사랑받는 와인으로 각인시켰다.
와인셀러 방문, 깊은 역사와 풍미를 마주하다
와이너리에 들어서자 은은한 오크향이 감돈다. 여러 배럴들이 줄 서 있는데 연식이 다양하다. 오래된 오크통일수록 풍기는 깊고 진한 와인의 향이 코끝을 스쳤다. 와이너리 투어 담당자는 해마다 기후와 품종에 따른 와인맛의 확연한 차이를 재미나게 이야기한다.
투어는 와인의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가이드를 따라 거대한 와인 저장고를 지나며, 수십 년간 숙성된 와인들이 조용히 시간을 견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수백 년 전 사용되던 수작업 와인 제작 도구와 양조법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은 포르투 와인의 유구한 역사를 생생히 보여주었다.
지금 이 와이너리는 포르투 시내에 위치해 있다. 지도를 통해 포르투 와인셀러가 밀집한 도루 강을 따라 자리한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 지역 설명을 듣는다.
여러 와인 농장 중 돌담으로 층층이 이뤄진 가파른 언덕에 포도밭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 있다. 물 좋은 곳에 일조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좋은 품종의 포도 생산을 위해, 심고, 가꾸고, 수확하느라 그 가파른 절벽을 오르고 내렸을 농부들의 고단한 삶 또한 상상해 본다.
포르투 와인은 숙성 방식과 기간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대표적인 타입으로는 루비(Ruby), 토니(Tawny) 그리고 빈티지(Vintage)가 있다.
이어진 테이스팅 세션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포르투 와인을 직접 맛볼 기회가 주어졌다. 각 와인의 맛에 대한 설명을 미리 들은 터라 내 미각으로도 그 맛이 느껴지려는지 궁금하다.
가장 먼저 마신 것은 전통적인 루비 포트였다. 진한 베리 향과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목 넘김 이후에도 부드러운 여운이 남는다.
다음으로 맛본 토니 포트는 묵직한 나무 향과 함께 캐러멜, 아몬드 같은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함께 먹는 음식의 향을 방해하지 않는 와인을 좋아하다 보니, 토니 포트는 나에게는 다소 무거운 와인이었다.
마지막으로 빈티지 포트를 시음했을 때, 그 깊고 복합적인 맛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기간 숙성된 자연의 맛은 노력으로만 이뤄낼 수 없는 고귀함이 있다. 포르투 와인의 만들어진 노고를 듣고 난 후 맛보는 중이라, 시음 와인 한 방울도 귀하게 음미한다.
포르투 와인이 남긴 여운
와인셀러를 나오며, 한 손에는 기념으로 구매한 포르투 와인을 들고 석양이 깃든 붉은 하늘을 바라본다. 포르투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이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빚어낸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맛을 경험해 볼 수 있어서, 그런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