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평온한 일상 속에서 항상 뭔가 새로운 경험을 찾는다. 책 읽다가 영 심심하면 작년 수능 시험 문제지 풀어보면서 몇 점 맞는가 채점해 보고 스스로 좌절을 즐기는 그런 타입이라고나 할까... 내 형제들이나 오랜 친구들은 나를 "넌 참 하고픈게 많아 좋겠구나" 평한다. 맛있는 음식 먹어보면 따라 해보고 싶고, 예쁜 그림 보면 그려보고 싶은 그런 심정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자극에서 삶의 재미를 더한다.
짝꿍도 나와 비슷하거나 좀 더 한 사람을 만났다. 둘 다 어딘가에 자리 잡아 사는 것보다는 직장 기회나 상황에 맞게 해외 이사도 마다하지 않는 이동하는 삶을 즐기며 지내왔다.
국제 이사를 다니고 이동이 잦다는 것은 반면 가족들에게 가정은 무엇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안전지대여야 한다는 뜻이다. 일에 바쁜 남편과 가정과 아이들 돌보는 아내, 팀워크가 중요하다. 지금껏 잘해왔다. 지나간 시절에 후회가 없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부부가 중장년이 되고 보니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었고, 부모님은 연로해지셔서 여기저기 병원 신세 지실 일이 많아졌다. 지금은 한 곳에 안착해야 할 시기라는 것에 두 사람이 동의, 한 곳에 터를 잡고 살아보자 그렇게 계획한다. 그렇게 터를 잡는 이 곳은 영국이다.
엄마인 나도 슬슬 잠자고 있던 독립심, 자의식이 강해진다. 무엇보다 아직 꿈 많은 40대다.
그리하여 십여 년 만에 전공도 경력도 다 벗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고자 나의 안전지대를 벗어난다. 지금부터는 20-30대 상대방에게 잘 어필하기 위한 자아실현과는 결이 다른 불혹에 맞는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자 하는 꿈을 키운다.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소박하다. 작든 크든 내 사업해보기, 내 집에 직접 원하는 타일 시공해 보기 뭐 그런 것들이다.
그 생각의 결과, DIY 집 인테리어 시공과 디지털 마케팅 수업에 뛰어들었다.
이번주 인테리어 교육은 집 마당 파티오 리모델링이었는데, 시공 타일 하나하나가 얼마나 무겁던지 허리가 끊어질 듯하다. 2인 1조였는데 다행히 같은 팀 조원이 힘 좋으신 남자분이셔서 타일 들어 올리기는 그분이 많이 도와주셨고, 나는 마감질하고 평형 맞추는 일에 집중해서 오늘의 주제를 잘 마무리했다. 강의자 님 말씀에 따라 벽돌을 깎아 맞추고 배열을 달리하여 요리조리 문양을 만드는 재미가 있다. 한껏 집중하다 보니 몸 마디마디가 쑤신다. 밤새 끙끙 앓는 소리 하며 잠을 잘 지언정, 잠들기 전 새로운 인테리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이번에는 디지털 마케팅. 마케팅도 낯선데 디지털 시장이다. 오늘은 온라인 서바이벌 형태로 전체 급우들 앞에 나서서 그동안 배운 것을 자신의 아이템에 녺여 어필하는 스탠딩 프레젠테이션 수업이었다. 이미 디지털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거나 그 운영진인 사람들이 여기 왜 와 있는지 모를 수준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기가 질린다.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고, 그냥 내 발표 차례를 피하고 싶다.
다른 이들의 발표를 들으며 뭐든 피드백을 하는 수업인지라, 다른 사람 발표도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원어민 영어라 주의 집중 안 하면 포인트가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앞에 나가서 나는 뭐라고 하지, 자료도 부족한데...
순간순간 내 강점을 다시 다독인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분명히 있다.
다른 이들보다는 프레젠테이션 스킬이 떨어질지 몰라도 나만의 아이템 색깔이 있고, 특성을 강조할 수 있다.
무엇이든 하나만 배워가면 그것이 내가 이곳에 있는 목적이다.
혼자 수없이 되뇌고 청중 앞에서 솔직하게 말한다. 부족한 고민과 목적의식에 대해서 말이다.
나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다들 자신의 피드백을 나누고 다음 단계로 갈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힘내라는 응원과 함께 말이다.
잘 안 보여서 그렇지 저 수려한 프레젠테이션들에도 뭔가 부족한 포인트가 있다.
마케팅의 키는 결국 수익화다.
"멋져 보이지 않아도 된다. 나의 강점과 다른 사람들의 필요가 만나는 지점을 찾으면 된다."
"그 목적에 집중하자. 다른 주변 환경에 주눅 들지 말자. 나의 자존감을 강화하고 의연히 대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