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샌드위치 이야기
두 쪽 빵 속에 뷔페의 재미를 담는다
영국 테스코는 한화 6천 원 정도의 가격으로 음료 한 병 / 주 점심 메뉴 하나 / 감자칩이나 과일디저트 하나. 이렇게 세 가지 아이템을 한데 묶어서 점심 메뉴로 판다. 다른 메뉴를 고르자 하면 수만가지겠지만, 영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점심은 역시 샌드위치다.
런던 금융 중심가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신사들도 한 손에 샌드위치를 들고 먹으면서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점심때 보면 영국 사람들은 다들 굉장히 바빠 보인다. 앉아 먹을 시간에 일하는 것도 문제없다 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던 때 점심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했었는지 생각해 보면, 이것 또한 다른 문화차이 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 정치 엘리트 중 한 사람이었던 샌드위치 경( John Montagu, 4th Earl of Sandwich)은 당시 권력을 가진 부유한 귀족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카지노 게임과 술 마시는 사교를 좋아했는데, 그때마다 따로 식기를 챙길 필요 없이 간단히 배 채울 수 있는 음식을 찾았다고 한다. 잘 구운 빵 두 쪽에 염장 소고기를 얹어 먹기를 즐겨했다고 하는데, 그 옛날 형식과 예식을 중시하던 영국 귀족이 어지간히 유흥에 진심이셨던 듯싶다. 그의 이름을 따서 이 간편식을 샌드위치라 부르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이후 일하기 바쁜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 샌드위치는 널리 사랑받게 된다. 만들기 쉽고, 가지고 다니기 용이하면서, 싼 가격에 배 불릴 수 있으니 그 시대상과 딱 맞아떨어진 식문화였다. 하루 세 끼니를 모두 정식으로 챙겨 먹을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지금도 좋은 선택 메뉴 중 하나다.
샌드위치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서브웨이(Subway) 매장에 가보셨을 것 같다. 빵종류도 다양하고 햄부터 비건 패티까지 식성 따른 선택에 야채도 종류별로 담을 수 있다. 소스 종류만 해도 십 여가지, 샌드위치 안에 하나의 뷔페를 옮겨 놓는 듯하다. 현대의 샌드위치는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발전해 나가면서 포장음식에서부터 고급 식당가에 메뉴로까지 다양한 요구사항을 아우를 수 있는 식문화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영국에서 사람들은 샌드위치가 아니라 버티(Butty)라고 부르기도 한다. 버터 바른 빵이란 뜻인데 가장 특이했던 버티는 바로 감자칩 버티였다. 북 잉글랜드 스타일인데 빵 두 장 안쪽에 버터를 바르고 그 사이 시판 감자칩을 넣어 먹는 방법이다. 내가 옆에 있으면 먹는 사람이 먼저 건강하게 먹는 방법 아닌 거 안다면서 “맛있는 걸 어떡해~ “ 그런다.
이 기사를 쓰기 전 자료 조사를 하면서 영국 샌드위치 협회가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들이 정의하는바, 샌드위치는 “반드시 빵 두 쪽으로 재료들이 덥혀야 하고, 안에 넣는 재료들은 따뜻하거나 뜨거워서 먹을 때 빵이 눅눅해져서는 안 된다. 신선한 재료로 영양소가 적절하게 잘 조합되어야 샌드위치”라고 말한다. 뜨끈한 고기 패티에 치즈가 녹여 제공되는 햄버거와는 다르다는 예시가 적혀 있다.
나는 매일 아이들 점심 도시락을 싸고 있다. 샌드위치가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인데 안에 넣는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그날의 기분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영국에는 빵과 햄 종류가 정말 많다. 쇠고기햄을 넣는 경우에는 알싸한 맛이 나는 치커리 샐러드에 홀시드 머스터드소스를 침해 먹으면 영국 머스터드의 매운맛을 즐길 수 있다.
훈제 연어를 주재료로 넣는 날이면 샐러드 믹스에 알싸한 케이퍼스라고 하는 꽃봉오리를 염장한 피클을 넣는데, 딸 친구 말에 의하면 먹어본 중 최고의 샌드위치맛이라고 한다.
돼지고기 햄에는 브라운소스를 침해 보기도 하고, 캔 참치를 넣을 때는 계란 노른자에 녹인 버터와 레몬즙을 짜넣은 홀랜다이즈 소스를 넣으면 정말 맛있다.
글 쓰는 중에 침이 고인다.
오늘 점심은 샌드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