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중 최고의 메뉴는 라면!
찬바람 불던 어느 날, 미국 공원에 컵라면을 싸갔습니다 ㅎㅎ 보온병에 뜨거운 물 담아서요. 보통 국물까지 다 마시지만 혹시 남으면 보온병에 싸 오면 되지요! 다만 냄새가 어떨는지, 미국 사람들이 극혐 할는지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지인에게 한 번 물어봤어요. 공원 가서 라면 먹어도 될까?
Why not?
It's California!
호호 불어 먹었던 튀김우동과 육개장 사발면! 점심 사 먹을 걱정 안 해도 돼서 좋고, 배부르니 좋고요! 다 먹는데 3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미국 가족과 눈이 마주쳤는데...
Did you guys cook?
It smells good!
What is it?
Where can I buy it?

라면 냄새에 빠져버린 가족, 계속 물어봤어요 ㅋㅋ 코스트코나 H마트에 가면 살 수 있다고 알려줬지요! 당장 근처에 있는 H마트에 가야겠다고 했습니다. 한인마트에 초대하기 성공입니다!
집밥을 하다 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라면을 사다 채워놓기 시작했어요. 세일할 때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너구리 네 개 한 봉지에 $3.99, 역시나 환율 생각하면 비싸지만 세일 안 할 때는 더 비싸니까요. 너구리부터 시작해 볼까요? ㅎㅎ
한국 너구리 포장지에 항상 있는 너굴씨가 안보입니다. 하긴 '너구리'가 뭔지 모르는 미국 사는 사람들이 보면 웬 너구리?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면 사진도 어쩐지 미국게 더 맛있어 보입니다.
끓여서 요리하는 방법과 전자레인지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미국 너구리에는 큰 다시마가 없었어요. 대신 작디작은 조각으로 들어있네요! 끓였을 때 면이 좀 더 생면 같이 부드러웠어요.
이번엔 안성탕면입니다! 너구리 포장지에도 표고버섯이 통째로 들어가 있더니 여기도 표고버섯을 넣었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인스턴트 라면이지만 몸에 좋은 게 들어있어요를 표현하고 싶은 것이겠죠?
버섯이 정말 큼직큼직하게 들어있네요! 버섯을 싫어하는 사람은 안 살 것 같아요. 끓여 먹을까 하다가 생라면으로 먹었어요. 수프를 솔솔 뿌려서요. 그런데 면이 기름 많이 먹은 듯 느끼해서 다 못 먹었어요.
마지막이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육개장 사발면입니다! 한 가지만 먹고살 수 있다면 뭘 먹을 거냐고 할 때 저는 "육개장!"하고 외칩니다 ㅎㅎㅎ 기분 안 좋은 날, 육개장 사다 주면 다 풀립니다. 그 정도로 좋아해요. 미국 육개장은 좀 덜 짜다고 해야 하나, 뭔가 맛이 좀 달라요. 그래서 처음엔 "이건 육개장으로 쳐줄 수 없어!" 하며 쳐다도 안 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넌 나의 육개장"하며 다시 절친이 되었습니다.
코스트코, H마트에 쌓아두고 파는 육개장이에요. 사람들이 상자째로 많이 사가요.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우리나라 육개장이랑 다르게 진공 포장이 되어 있어요.
비닐 뜯으면 또 비닐입니다. 은박지 뚜껑이 아니라 비닐 뚜껑이에요. 그리고 사발면 그릇은 플라스틱입니다.
어쩐지 좀 다른 맛의 스프를 넣고~!
물 붓고 삼지창 같은 포크로 누르고 행복한 기다림이 시작됩니다. 뚜껑에도 요리 방법이 가득 쓰여있어요. 라면을 기다리면서 이걸 읽을 정신은 없습니다. 맛있는 냄새에 이미 취해서 눈은 반쯤 감고 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으니까요.
3분이 지났습니다! 하아~!~!~! 숨이 멎을 것 같아요! 빨리 먹고 싶어서요. 후루룩 했다간 너무 뜨거우니 심호흡을 하고 한 올씩, 그러다 와구와구 ㅎㅎ 제일 행복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