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북으로 시험을 봐요.
미국 학교 시험은 어떨까요?
공식적인 시험은 총 두 번 있었어요. 8월 개학 후 영어, 수학, ESL 영어 진단평가 한 번, 학기 말 캘리포니아주 시험 한 번입니다. 모든 시험은 아이들 크롬북으로 보기 때문에 모니터 속 글을 읽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일 것 같아요.
특히 학년도가 마무리되는 5월 중순, 중학생들이 먼저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행하는 캐스프(CAASPP : California Assessment of Student Performance and Progress)를 치렀고, 일주일 뒤에 초등학교에서 2주에 걸쳐서 시험이 시행되었습니다.
보조 감독관을 해주시겠어요?
큰 아이 담임선생님께서 보조 감독관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도와드려야죠!
캐스프(CAASPP)는 캘리포니아 공립학교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공식 시험입니다. 이 성적이 학교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매우 신경 쓰는 시험입니다. "시험 주간이므로 아이들이 충분히 수면을 취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학부모 공지도 계속 왔습니다.
점수가 중요하긴 해도 시험 때문에 아이들이 긴장하거나 정서적으로 위축되면 안 된다고 하시며 무조건적인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교육청 주관 수학 경시대회 때도 비슷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수학을 즐기러 온 것이니까 신나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어요!" 멘트를 꼭 하라고 매뉴얼에도 적혀있었거든요.
각 잡히고 살벌한 우리나라 시험 문화에 비하면 여긴 느슨해도 너무 느슨했어요. 누가 얼마나 잘하나 보다는 학생들이 현재 어느 정도 알고 있나 진단하려는 목적이 훨씬 큰 것 같고, 선생님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습니다.
시험 과목은 영어를 기본으로 학년에 따라 수학, 과학도 평가합니다.
1. Smarter Balanced Assessments (SBAC)
과목: 영어 언어 예술 (ELA) & 수학
대상 학년: 3학년 ~ 8학년, 11학년
2. California Science Test (CAST)
과목: 과학
대상 학년: 5학년, 8학년, 고등학교에서 한 번 (대개 10, 11 또는 12학년 중 한 해 선택)
3. California Alternate Assessments (CAA)
대상: 중증 장애 학생을 위한 대체 평가
과목 및 학년: ELA & 수학: 3~8학년, 11학년, 과학: 5학년, 8학년, 고등학교 1회
4. ELPAC (English Language Proficiency Assessments for California)
대상: 영어 학습자(English Learners)
과목: 영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학년: K ~ 12학년 전 학년 (해당되는 학생만)
시험이 시작되기 전 보조 교사 한 분이 더 오셨습니다. 그래서 교실에는 담임교사, 보조교사, 보조감독관인 저까지 총 세 명의 감독관이 있었어요. 시험 시작 전 책가방을 모두 교실 뒤로 옮기고, 책상 위에 크롬북만 두라고 하셨습니다. A4용지와 연필을 나눠주고 모두 준비가 되면 담임교사는 시험을 시작할 수 있는 코드를 확인해서 칠판에 적어줍니다. 학생들은 아이디, 비밀번호, 시험 코드를 시험 사이트에 입력하고 시작합니다.
우리나라랑 완전히 다른 점은 크롬북으로 시험을 실시한다는 점이에요. 책상 위에 크롬북, 종이, 연필 세 가지만 있어야 하고, 메모용으로 나눠주는 종이와 연필도 선생님이 나눠주시는 것만 써야 합니다. 시험 후에는 종이, 연필 모두 수거해요. 다 풀었다고 하면 답안을 제대로 저장했는지 교사가 한 번 더 보고 마무리합니다.
시작 시간은 동일하지만 끝나는 시간은 애들마다 다 다릅니다. 그래서 시험을 마쳤다는 학생들에게 선생님께서 색칠공부와 색연필을 주셨어요. 교육청에서 지원되는 책자라고 해요.
매일 시험 시간은 오전 9시부터 10시 반까지 정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안에 다 못 풀었다면 다음 날 이어서 풀 수 있어요. 이번 주에 못 끝냈다면 다음 주에 풀어도 되고요. 시험 기간 내에만 풀면 되고, 기한이 2주라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과목별 결과가 나오면 이메일이 왔습니다. 학교 포털에 로그인하면 점수를 볼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의 학교 간 분위기 및 성적 차이가 1에서 100이라면 미국학교는 1에서 100000000000000000000 그 이상이라고 합니다. 저희 아이들이 다닌 학교는 공부를 안 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시험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점수가 낮은 아이들에게 가차 없이 "내년엔 다른 학교로 가세요!"하고 내쫓는 학교에서의 시험은 살벌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Great School의 점수가 중요하니 시험 성적이 낮으면 쫓겨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해요. 무한 경쟁이 이미 초등학교에서 시작되고, 잘하는 학생 서바이벌 시스템이 실제로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그래도 2주간 띄엄띄엄 보는 시험, 충분히 시간을 주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시험은 매력적이었습니다. 시험 기간에 과도한 긴장으로 배가 아프고 머리가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시죠? 미국 학생들은 50분에 한 과목 완벽하게 풀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덜할 테니 긴장해서 머리가 하얘지는 일은 적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