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단위 레벨 1, 교육청 단위 레벨 2
자원봉사 해주세요!
학교에서 오는 이메일에도, 메인 오피스에도 자원봉사로 학교를 도와달라는 문구가 자주 보였습니다. 그래서 여쭤보니 Volunteer Clearance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클리어런스?? 마치 게임에서 미션 클리어!하는 것처럼 뭔가를 해야 하는 모양이에요?
교직원 중 'Community Assistant'라는 직함을 가진 분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자원봉사, 학생 무료 버스카드 등록, 스페인어만 하는 학부모 지원 등에 관한 일을 하시는 분이셨어요. 총 세 가지 서류를 준비해서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하셨어요. 서류 심사 하는 것을 Clearance라고 했네요!
1. 학부모 자원봉사 신청서
2. TB 음성 결과지
3. 신분증 (여권 또는 미국 운전면허증)
1년 내에 아시아 국가에 살다 왔으면 TB 결과지는 필수입니다. 특히 학교는 말을 많이 하고 아이들을 많이 만나기 때문에 폐질환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자원봉사자들까지 점검하는 걸 보니 되려 안심이 되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미국 가기 전 건강검진을 하면서 TB 검사도 받고 결과지를 가져왔는데 인정해 주셨습니다. 그 결과지를 교육청 간호사가 보고 승인을 한다고 해요. 결과지가 없는 경우 교육청에서 무료로 피부반응검사를 해주신다고 해요.
자원봉사자 규칙이 빼곡히 적힌 종이 4장을 주셨고, 마지막에는 자원봉사자 선서를 같이 읽었습니다.
Smile is the shortest distance between people.
저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선서 규약에 "웃으세요!"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이 나라는 미소가 중요한 문화입니다. 모르는 사람도 웃고 아는 사람은 웃다가 안고 그렇게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배지 뒤에는 제 이름과 아이들 담임 선생님 두 분 성함이 쓰여있습니다. 담임 선생님들께 자원봉사 배지를 받았다고 하니 바로 두 분 다 부탁할 일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학교에 점점 더, 마치 직원처럼 매일 다니게 되었답니다.
목요일에 LA로 소풍 갈 때
따라가 주세요.
할로윈 때 아이들 데리고
양로원에 갈 건데
따라가 주세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교육청 주관 수학경시대회 감독을 해주세요.
경시대회 감독을요? 학부모가요? 너무 신기한 일이었어요. 매뉴얼대로만 하면 되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학교 단위인 레벨 1 자원봉사자인데, 교육청 단위 행사를 도우려면 레벨 2가 되어야 합니다.
Community Assistant가 교육청에 협조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교육청 직원이 지문검사를 위해 방문해 달라고 했어요. 범죄이력조회 인 셈입니다. 지문을 채취해서 캘리포니아 기관에 보낸다고 했고 결과는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했어요. 그 자리에서 사진도 찍었어요. 플래시 터트리고 한 번, 안 터트리고 한 번, 어떤 게 더 마음에 드냐고 하시며 고르라고 하셨는데, 그나마 ㅎㅎ 빛나는 것이 나았습니다.
2주 후에 학교로 배송된 배지를 받았습니다. 정말 교직원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언제든 다시 미국에 오면 이걸 들고 오래요. 기간 연장해 주신다고 해요 ㅋㅋㅋ 과연 이 배지를 또 쓸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