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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샤인 Feb 14. 2024

북스타그래머 하다가 무릎이 안 좋아진 이유

19개월 아기 키우며 북스타그램 하는 엄마의 일상  




우리 집 식탁의자, 피아노의자, 책상의자, 화장대 의자... 의자란 의자는 모두 치워버린 지 몇 개월 됐다. 왜냐고? 왜겠는가... 발 디딜곳만 있으면 올라가서 위험한 물건 골라 만지는 사랑스러운 나의 19개월 된 둘찌아들 덕분!! 온전히 앉아서 밥을 먹고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거였는지 내가 첫째 키운 지 오래돼서 잊고 살고 있었다. 역시 사람이란 망각의 동물...




"엄뫄!!!!" 

"이루와바바ㅏㅂ!!!!"

 (다른 말은 아무것도 못하는데 이 두 가지 말만 선명하게 하는 19개월 된 아들)




그 부름(?)을 시작으로 보통 새벽 6-7시즘부터 둘째 손을 잡고 집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게 내 하루의 시작이다. 그 와중에 머릿속에는 오전에 필사모임 채팅장 확인, 서평책 리뷰작성, 아이들 아침, 브런치글쓰기, 첫째 숙제, 북스타 밀린 댓글도 달아야 하는데...라는 시뮬레이션이 돌아가지만 현실의 상황은 잠옷 나부랭이를 입은 채 베란다에서 쪼그려 앉아 둘째와 자동차 놀이를 해주고 있는 처지.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치열했던 하루를 보내고 겨우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남편 고마워 운동포기하고 일찍 퇴근해 줘서) 





북스타그래머인 나는 아이의 손이 안 닿는 아일랜드 식탁 위로 오늘 읽을 책과 아이패드, 인덱스 연필등을 미리 올려놓는다. 그리고 둘째가 혼자서 잘 놀 때 얼른 식탁 앞에 기대서서  3분, 5분... 시간이 될 때마다 틈틈이 끊어서 책을 읽거나, 인스타 피드작성, 필사모임 인증확인을 해나갔다. 딸기 잘라놓은 접시, 고구마, 아기치즈 먹다 남은 거, 요구르트 등... 이것저것 섞여서 그야말로 난장판인 식탁 위가 나만의 작업장이다.




아침에  항상 내리는 나의 생명수 일리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첫째랑 둘째가 공놀이하다가 컵을 딱 맞춰서 책위로 다 쏟아져 버렸다. 가끔 인스타피드나 카톡창에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에서 분위기 있는 음악을 들으며 책 읽고 있는 사진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요즘 내가 제일 바라는 것 중 하나가 그런 나만의 책상이다. 나도 언젠가 그렇게 해야지!라고 상상하지만 내가 안 보이면 바로 엄뫄!!를 불러대는 막내 덕분에 당분간은 의자가 없는 식탁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밥 먹기, 책 읽기, 인스타피드 작성, 브런치 글쓰기, 모임 채팅장 확인 등
모든 작업을 서서 하다 보니 무릎과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조리원에서 쓰던 구름 두둥실 슬리퍼를 신고 해 봤지만 결국 신발은 둘째에게 뺏겨버렸다. (아이들은 왜 이렇게 신발 신는 걸 좋아할까...^^)





책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둘째가 쏜살같이 달려와서 내 책을 낚아채 가버리기 일쑤였고, 필사해 놓은 공책은 침묻은 손으로 만져서 다 번져버린 적도 있었다. 아직은 둘째가 어리고 기관을 안 가서 아이 둘 보면서 살림만 해도 빡빡한 스케줄인데 북스타그래머라는 부캐를 끌어들인 누구도 아닌 나여서 누구를 탓할 상황도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으로 최선을 다해 계정을 꾸려나갈 수밖에. 





시간이 흐르면 정해진 시간에  끊어지지 않은 내 시간도 확보될 것이고 지금 이 기록들도 추억으로 남을 뿐이겠지만 평소 힘든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참기만 하는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한 이상 오늘은 이곳에 풀어보고 싶었다. (하는 겸에 좀 더할까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당장 사용하진 못하겠지만 오늘은 나중에 내가 쓸 책상 & 의자 골라서 장바구니에 넣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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