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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샤인 Feb 29. 2024

자유 부인은 정말 자유일까?

내가 자유 부인이 되는 과정



“여보 나 아침에 스타벅스 다녀올게.”

“응! 다녀와~”

남편이 목-금은 재택근무라서 회사일이 많이 바쁘지 않다면 내가 자유부인이 될 수 있는 아침이다.



고개까지 끄덕이며 긍정의 답변을 해주었지만 내가 나가기까지의 그 과정에서 남편은 그리 협조적이진 않다. “다녀와.”라고 대답한 이후로 남편은 내내 첫째의 작은방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다. 내가 양치하고 세수하려고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20개월 둘찌는 음마음마~ 이러며 샤인머스캣 포도를 가리키고 목에 넘어갈라 4등분을 잘라 정성스레 껍질까지 벗겨서 아이에게 대령했다. 먹이는 중간중간에 안아달라, 업어달라, 기저귀 갈아달라, 물 달라, 기차장난감 꺼내달라, 그렇게 양치한 번 하려다가 40분이 흘러버렸다. 어차피 나가면 3-4시간 정도는 나의 자유시간이 생기니 나가기까지는 최대한 남편을 쉬게 해 주려는 편인데 결국엔 이를 악물고



나: 오. 빠. 애기 좀….

남편: 응응!!



바로 대답하고 몸을 일으키긴 하지만 온 세상 영감이 빙의된 듯 한 남편의 아이고아이고 곡소리. 그래… 3일간 출근하고 목요일이 가장 피곤한 날이긴 해. 나도 10년 회사생활 해본 적 있던 사람이라 120% 공감이니 몸을 일으켜준 게 어디야…근데 내가 고군분투한 40분 동안 못 들었을 리 없는데 왜 계속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 같은 미묘한 기분 나쁨이 드는 걸까. 어쨌든 드디어! 양치하러 화장실로 입성했다. 양치를 마치고 세수하려는 순간 손잡이가 덜컥거리더니 둘지가 짠! 하고 문지방에서 서서 해맑게 나를 보고 웃고 있다. 화장실바닥이 미끄러워서 깜짝 놀라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바로 안아서 거실로 데려다 놓고 남편에게 한번 더 부탁요청을 했다.



나: 오빠…

남편 : 응응!



이번에도 역시 바로 달려왔지만 조금씩 남편의 짜증이 시작됐다. 그 짜증은 나에게 오지 않는다 보통 순하고 말 잘 듣는 우리 첫째 아들에게… “야 이승준!!! 너 장난감 여기다가 놓지 말랬지 이거 누가 치우라고 여기다 둬? 아오 씨…“ 말끝에 C 붙이는 거 그렇게 하지 말리는데도 잘 고쳐지지 않는 남편의 말버릇. 아빠의 불효령에 첫째는 입이 조금 나온 채로 말없이 장난감을 치우고 잔뜩 풀이 죽었다. 가장 어리지만 분위기 파악은 가장 빠른 둘찌는 갑자기 돌고래 소리 내기 시작.




내가 어린 시절 우리 엄마는 조금만 화가 나도 밥 먹고 있던 상을 다 엎어버리고 욕하며 내 머리채부터 잡던 기억이 있어서 나도 불안이 꽤나 있는 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고성이 오가고 갈등이 있는 상황이 오면 나는 그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편이고 급두통이 올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은 압박이 있는 편이기도 하다.




세수를 겨우 다하고 로션을 바르는데 첫째가 조용히 다가오더니 ”엄마 몇 시에 올 거야…?(울먹울먹)”둘째도 어느새 내 다리 밑으로 와 안아달라고 손을 뻗는다. “엄마 점심 먹기 전에는 올게…“ 그 모습을 본 남편은 자기만 악역 된 것 같아 억울한 표정으로 ”첫째 아들을 쏘아본다. “  모두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갑자기 깊은 한숨이 나왔지만… 우선 가방을 챙겼다. 아이패드, 읽을 책, 만년필, 필사공책, 핸드폰 거치대, 충전기, 텀블러, 충전기 등등…




원래 오전에는 게임하면 안 되지만 첫째에게 게임을 하게 허락해 주고, 남편에게도 오빠가 아이들에게 상냥하게 대해줘야 내가 마음 편하게 나갈 수 있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누르고 말한다.

“오빠  냉장고에 간식 요플레랑 딸기 잘라놓은 거랑 유부초밥 만들어 놓은 거 있어. ”

“웅 내가 알아서 챙겨서 먹일게 스벅에서 맛있는 거 커피랑 먹어”

남편은 내가 3일간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에 최대한 내 기분을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




이제 고학년으로 올라가는 첫째. 집에서 게임하기보단 시간 있으면 더 많은 거 체험하게 해줘야 하는데… 내가 아침에 스타벅스 안 가고 간식 잘 챙겨주고 둘째 옆에 붙어 잘 봐줬다면 아빠한테도 안 혼났을 텐데 우리 남편도 이미 일만으로도 피곤할 텐데 내가 가끔 이렇게 육아까지 떠맡기니… 자기도 화내려고 한 거 아닌데 순간 감정조절이 안 된 거겠지. 엄마한테서 1초도 안 떨어지려고 하는 우리 둘째. 아빠랑 있다 보면 오늘 또 엄청 혼나겠네. 샤인머스켓을 아빠가 4등분으로 잘 잘라줄지도 조금 걱정이야… 괜찮다면서 자꾸 2등분으로 줘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만 우선 가방을 메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남편, 애들이랑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왜냐면 이렇게 안 나오면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긴 숨으로 절대 글 쓸 시간도, 책 읽을 시간도, 북스타그램 계정 관리할 시간도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기 때문.  오늘은 내가 좀 지쳤는지 내가 카페 가서 애들 두고 책 읽고, 브런치 글 쓰고, 북스타그램 계정해서 도대체 뭐에다가 쓸 건데…. 그게 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발걸음이 조금 무거웠다.




왜 나만 집에서 나오면 온 가족이 다 불편해지는 상황이 오는 걸까.





스타벅스를 걸어가는 길에 첫째 학교친구 엄마를 만났다.

“승준엄마~ 아침부터 어디가? 애기는?? “

”아 네 ~ 잠깐 약속이 있어서요. 집에 남편 있어요~“

“아~ 그래도 좋네 잠깐 나가서 쉴 시간도 있고~”

“네…”






몸은 자유가 됐지만 마음은 자유부인이 될 수 없었던 오늘 아침.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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