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들에 대한,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취재를 빙자하여,
게이·레즈비언 bar 에도 출입을 하게 되었고..
이내, 대상이 점점 더 확장되어.. 소개 소개로-
몇몇의 트렌스 젠더를 만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게, 1995년의 일이었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홍석천’ 이나,
‘하리수’ 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었으니-
그 때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박해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 L은..
커다란 덩치에, 우락부락한 생김새로-
외면은, 누가 봐도 건장한 남성이었으나..
내면은, 누구보다 여성스러웠으니..
그 부조화에..
본인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우리조차도-
정말 눈물겹도록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 절대! 잊을 수 없었던 일은..
간만의 휴일로, 집에서 늘어져 있는데, 갑자기!
영주 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걸로 시작된다.
밤 9시쯤이었던 것 같은데..
다짜고짜- 이태원의 “여보여보 클럽” 이란 데서,
술을 마시고 있으니.. 빨리 튀어나오라는 거다.
거기가 뭐하는 덴지..?
야밤에 대체 무슨 일인지..?
미처 물어보지도 못한 채로, 전화는 끊어져버렸고..
어쩔 수 없었던 나는, 그 길로-
이태원의, 영주 언니가 있다는 곳으로 찾아갔는데..
평소와는 달리, 술을 마시고 있는 장소가 너무나도
호화롭고 요란한 클럽임에!! 첫 번째로 놀랬고..
들어가자마자,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늘씬하고 예쁜 언니가!!
자리까지 안내해주는 것에, 두 번째로 놀랬고..
그 예쁜 언니가,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서-
술을 따라주는 것에, 세 번째로 놀랬으나..
결정적으로는, 입을 열고 말을 하는 순간!
예쁜 미모와는 달리, 완전한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정말 경악! 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곳은 바로, 트렌스 젠더 bar 였던 것이다!!
눈치챈 그 순간까지,
어떠한 사전 정보도 없었기에-
게다가 예쁜 언니가 말을 하기 전까지는,
정말 한치의 의심(?!)도 할 수 없었기에-
내가 더 많이 당황하고, 놀랬던 것 같은데..
(그 전까지 만났던 트렌스 젠더들은,
모두가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그럼에도, 예쁜 언니가 불편해질까봐-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나름, 무지 노력을 했으나..
그런 내 모습을 눈치 챈, 영주 언니는 낄낄낄-
무척이나 재밌어 했다. (나쁜 xx 같으니라구;;;)
그래서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당황한 마음을 좀 추스르려고 했는데..
아뿔싸! 그 예쁜 언니가 화장실까지 계속-
따라오면서 수발(?!) 을 들어주는 거다;;;;
(다행히, 화장실 안까지
따라오지는 않았다. 휴우~)
이후로도, 그 예쁜 언니는 계속-
손님으로 온, 내 옆에 자리잡고 앉아서..
물수건을 건네주고, 술잔을 채워주고,
안주를 챙겨주고, 자리를 정돈해주는 등..
과하다 싶을 만큼 자상하게-
온갖 수발(?!) 을 다 들어주었는데..
애써 만류하면서도, 지켜보게 되는 내 입장에서는,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간절한 바램은 알겠으나..
그것이, 보통의 여자들보다 훨씬 더 여성적인(?!)
행동과 태도로 이어지는 것이.. 좌불안석.
못내- 불편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마치 내가 엄청 가부장적인 남자가
되어버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달까?!)
게다가,
그 예쁜 언니는 나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는데..
이유는 오직, 내가 내츄럴 본 여자였기 때문이었고!!
그런 이유로, 심지어.. 그 날, 그 bar 에서는,
내가 완전히 주목을 받는(?!)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bar 의 종업원들은 모두 트렌스 젠더였거니와,
그곳에 오는 손님들도 모두 남성들이었으니..
그곳에서는 내가 거의 유일한 여성 손님으로!!
진정한 "홍일점" 이었던 것이다.
(영주 언니는 여자임에도 외형상-
그닥 여자 같아(?!) 보이지 않았기에;;;;ㅋ)
그래선지, 많은 종업원 언니들이 오며 가며-
마치 내가 신기한 듯이, 괜스레- 찝적거렸으니;;;
그 모든 일들이 정말 얼마나 불편했는지-
솔직히, 내 나름은 끔찍할 정도(?!) 였는데 ㅠㅠ
그럼에도, 선뜻 자리를 뜰 수는 없었던 건-
아마 작품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뭐 하나라도 건져야겠다는(?!) 생각에..
예쁜 언니와 어색한 대화를 시도 했는데..
어쩐 일인지.. 예쁜 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솔직하게, 술술- 털어놓기 시작 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모든 불편함 따위는,
마치 눈이 녹듯이, 스르륵- 다 녹아버렸을지니..
이야기인즉슨-
그 언니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가 잘못 태어났다는 걸 깨달았단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하고,
부모님께 고백을 하기도 했다는데..
절대!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어 했던-
부모님한테는 당연히 의절을 당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전부 외면을 당하면서,
그렇게.. 쫓겨나듯 서울로 올라왔는데..
"남성"으로 되어있는 주민등록증을 가지고는,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었단다.
(그러면, 정상적인 남성으로 살아야 하니까;;)
어디에도 갈 곳 없어, 헤메던 차에-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이곳으로 흘러 흘러- 오게 되었고..
여기에서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서 번 돈으로,
성전환 수술을 해서, 정상적인(?!) 여자로 사는 것!
오직 그것만이 인생의 목표! 라고 했다.
물론, 법적인 부분의 해결은 절대! 어렵겠지만..
적어도, 스스로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군대 문제까지-
트렌스 젠더로 살아가면서, 겪고, 느끼게 되는,
여러 고충과 어려움과 아픔에 대해.. 너무나도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그 언니를 보면서..
(마치 상처가 단단하게 굳은 살로 박힌 듯,
정말로 그렇게.. 덤덤했다.)
같이 마음이 아프면서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어떤 것이,
심지어 때로는 거추장스럽기까지(?!) 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저렇게 절실한 것! 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문득,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까지 했던 것 같다.
이후로도, 그 언니와는 한동안 연락을 하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가 갑작스레,
<낮은 목소리2> 를 다시 작업해야만 하는!!
급박한 사정(?!) 이 생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문득, 그 예쁜 언니가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잘 살고 있을 런지.. 소식이 궁금해진다.
더불어,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