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마담 Nov 22. 2023

트렌스 젠더와 여보 클럽에 대한 기억!



성 소수자들에 대한,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취재를 빙자하여,

게이·레즈비언 bar 에도 출입을 하게 되었고..


이내, 대상이 점점 더 확장되어.. 소개 소개로-

몇몇의 트렌스 젠더를 만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게, 1995년의 일이었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홍석천’ 이나,
‘하리수’ 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었으니-

그 때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박해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 L은..

 

커다란 덩치에, 우락부락한 생김새로-

외면은, 누가 봐도 건장한 남성이었으나..

내면은, 누구보다 여성스러웠으니..


그 부조화에..

본인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우리조차도-

정말 눈물겹도록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 절대! 잊을 수 없었던 일은..

간만의 휴일로, 집에서 늘어져 있는데, 갑자기!

영주 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걸로 시작된다.


밤 9시쯤이었던 것 같은데..

다짜고짜- 이태원의 “여보여보 클럽” 이란 데서,

술을 마시고 있으니.. 빨리 튀어나오라는 거다.


거기가 뭐하는 덴지..?
야밤에 대체 무슨 일인지..?


미처 물어보지도 못한 채로, 전화는 끊어져버렸고..


어쩔 수 없었던 나는, 그 길로-

이태원의, 영주 언니가 있다는 곳으로 찾아갔는데..


평소와는 달리, 술을 마시고 있는 장소가 너무나도

호화롭고 요란한 클럽임에!! 첫 번째로 놀랬고..


들어가자마자,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늘씬하고 예쁜 언니가!!

자리까지 안내해주는 것에, 두 번째로 놀랬고..


그 예쁜 언니가,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서-

술을 따라주는 것에, 세 번째로 놀랬으나..


결정적으로는, 입을 열고 말을 하는 순간!

예쁜 미모와는 달리, 완전한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정말 경악! 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곳은 바로, 트렌스 젠더 bar 였던 것이다!!




눈치챈 그 순간까지,

어떠한 사전 정보도 없었기에-


게다가 예쁜 언니가 말을 하기 전까지는,

정말 한치의 의심(?!)도 할 수 없었기에-


내가 더 많이 당황하고, 놀랬던 것 같은데..


(그 전까지 만났던 트렌스 젠더들은,
모두가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그럼에도, 예쁜 언니가 불편해질까봐-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나름, 무지 노력을 했으나..


그런 내 모습을 눈치 챈, 영주 언니는 낄낄낄-

무척이나 재밌어 했다. (나쁜 xx 같으니라구;;;)


그래서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당황한 마음을 좀 추스르려고 했는데..


아뿔싸! 그 예쁜 언니가 화장실까지 계속-

따라오면서 수발(?!) 을 들어주는 거다;;;;


(다행히, 화장실 안까지
따라오지는 않았다. 휴우~)


이후로도, 그 예쁜 언니는 계속-

손님으로 온, 내 옆에 자리잡고 앉아서..


물수건을 건네주고, 술잔을 채워주고,

안주를 챙겨주고, 자리를 정돈해주는 등..


과하다 싶을 만큼 자상하게-

온갖 수발(?!) 을 다 들어주었는데..


애써 만류하면서도, 지켜보게 되는 내 입장에서는,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간절한 바램은 알겠으나..


그것이, 보통의 여자들보다 훨씬 더 여성적인(?!)

행동과 태도로 이어지는 것이.. 좌불안석.

못내- 불편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마치 내가 엄청 가부장적인 남자가
되어버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달까?!)


게다가,

그 예쁜 언니는 나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는데..

이유는 오직, 내가 내츄럴 본 여자였기 때문이었고!!


그런 이유로, 심지어.. 그 날, 그 bar 에서는,

내가 완전히 주목을 받는(?!)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bar 의 종업원들은 모두 트렌스 젠더였거니와,

그곳에 오는 손님들도 모두 남성들이었으니..


그곳에서는 내가 거의 유일한 여성 손님으로!!

진정한 "홍일점" 이었던 것이다.


(영주 언니는 여자임에도 외형상-
그닥 여자 같아(?!) 보이지 않았기에;;;;ㅋ)


그래선지, 많은 종업원 언니들이 오며 가며-

마치 내가 신기한 듯이, 괜스레- 찝적거렸으니;;;


그 모든 일들이 정말 얼마나 불편했는지-

솔직히, 내 나름은 끔찍할 정도(?!) 였는데 ㅠㅠ


그럼에도, 선뜻 자리를 뜰 수는 없었던 건-

아마 작품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뭐 하나라도 건져야겠다는(?!) 생각에..

예쁜 언니와 어색한 대화를 시도 했는데..


어쩐 일인지.. 예쁜 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솔직하게, 술술- 털어놓기 시작 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모든 불편함 따위는,

마치 눈이 녹듯이, 스르륵- 다 녹아버렸을지니..


이야기인즉슨-

그 언니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가 잘못 태어났다는 걸 깨달았단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하고,

부모님께 고백을 하기도 했다는데..


절대!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어 했던-

부모님한테는 당연히 의절을 당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전부 외면을 당하면서,

그렇게.. 쫓겨나듯 서울로 올라왔는데..


"남성"으로 되어있는 주민등록증을 가지고는,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었단다.


(그러면, 정상적인 남성으로 살아야 하니까;;)


어디에도 갈 곳 없어, 헤메던 차에-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이곳으로 흘러 흘러- 오게 되었고..


여기에서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서 번 돈으로,

성전환 수술을 해서, 정상적인(?!) 여자로 사는 것!

오직 그것만이 인생의 목표! 라고 했다.


물론, 법적인 부분의 해결은 절대! 어렵겠지만..

적어도, 스스로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군대 문제까지-


트렌스 젠더로 살아가면서, 겪고, 느끼게 되는,

여러 고충과 어려움과 아픔에 대해.. 너무나도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그 언니를 보면서..


(마치 상처가 단단하게 굳은 살로 박힌 듯,
정말로 그렇게.. 덤덤했다.)


같이 마음이 아프면서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어떤 것이,
심지어 때로는 거추장스럽기까지(?!) 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저렇게 절실한 것! 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문득,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까지 했던 것 같다.




이후로도, 그 언니와는 한동안 연락을 하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가 갑작스레,

<낮은 목소리2> 를 다시 작업해야만 하는!!


급박한 사정(?!) 이 생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문득, 그 예쁜 언니가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잘 살고 있을 런지.. 소식이 궁금해진다.


더불어,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전 25화 게이 & 레즈비언 bar 에서의 기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