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대한 트라우마 : 왜곡된 기억

by 황마담
나와 동생의 섹시한(?!) 수영복 패션이다. ㅋㅋ


어린 시절, 내 첫 번째 기억은..
물에 대한 공포로부터 시작된다.


가족이 넷이던 시절이었으니,
이 사진을 찍었던 때 즈음으로 기억되는데-


가족들이 다같이 가족탕으로 놀러 갔었고,

나는 파란 타일로 된 크고 둥그런 탕 안에서

혼자 물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뭘 하다 그랬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미끄러져서 발라당- 탕 안 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그대로 꼼짝하지 못한 채,

물 속에서 느껴졌던.. 숨막힘과.. 극한의 공포...


어른거리는 물 위로,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는데..
무서운 얼굴로 가만히-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때, 그 어린 나이에도...
왜 나를 꺼내주지 않는 걸까.. 원망하며,

이대로 죽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그 순간의 공포스런 느낌은, 성인이 될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내게 각인되었고,

때로, 꿈에서까지 되살아나.. 나를 괴롭혔다.




그 악몽과 고통스런 기억은 내게..

물에 대한 트라우마와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이어졌는데-


지금까지도 나는 수영을 전혀 못 하거니와,


(배워보려고 몇 번이나 시도는 해봤지만,

물에만 들어가면 완전 긴장 - 경직 모드..

몸에 힘을 빼지 못해서,

지금껏 맥주병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라면서 내내 아버지를 무척이나 미워했다.


(어린 시절의 내가,

아버지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던 몇 가지

이유에 대해서는 앞으로 하나씩.. 밝히겠다;;;)


그럼에도, 나는..

단 한번도 그 날의 기억에 대해..

가족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 없었는데-




정확히 9년 전의 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던 바로 그 해...


아이들이 수장되는 모습을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그 때...


뉴스를 보다가,

내 짧은 기억과 고통이 다시 떠올라서-

처음으로, 아주 조심스레..

엄마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심각했던 나와 달리-

엄마는 너무나도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시는 거다.


목욕탕에 빠졌던 나를 아버지가 바로 꺼냈다고-

그리곤 잘 놀고 멀쩡하게 집에 돌아왔다고-


대 충 격!!


그.. 그렇지...
그랬으니까 지금 내가 살아있는 거겠지…

근데.. 그러면.. 내 기억은 어떻게 된 거지??


그 찰나의 순간이.. 내겐.. 어쩜 그리도 길게..

영원처럼 느껴졌던 것일까 ㅠㅠ




그 날, 퇴근하신 이버지를 보고..

괜히 미안하다고.. 이유도 없이 그냥 미안하다고..

뜬금없는 소리를 했던 내가 생각난다. ㅋ


참으로 허무하고, 어이 없었던..

그리고 정말로 왜곡되어 있었던 내 인생의 첫 기억..


좀 더 일찍 물어봤을 걸.. 하는 후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진실을 알게 되어서 감사하다.


결국은.. 나를 낳은 아버지가..
또 나의 생명의 은인이 된 일이니까 말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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