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때로는 같이 갔던 장소로..
때로는 같이 먹었던 음식으로..
때로는 같이 들었던 노래로..
때로는 그 사람 고유의 냄새로..
그렇게 오래- 기억되는 것 같은데..
우리 아버지와 엄마는.. 나에게, 늘..
상투과자 (밤과자)와 순대로 기억된다.
내가 어릴 때, 일 하느라 너무 바빠서-
얼굴도 보기 힘들었던 우리 아버지는..
귀가할 때면 늘- 미안했는지..
우리를 위해, 간식거리를 사들고 오셨는데-
그 중에 젤 많이 사왔던 게.. 상투과자였다.
아버지는.. 우리가 잘 때 퇴근했다가,
깨기도 전에 출근을 하는 날이 많아서-
서로 얼굴을 못 보는 날도 태반이었는데..
그런 날에도, 아침에 일어나서 상투과자를 보면-
아버지가 왔다 가셨구나.. 생각했을 정도 였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지금껏, 일체의 군것짓을 하지 않는-
오직 "밥순이" 스타일이었는데.. 딱 하나!
예외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순대. 였다.
시장을 보러 가면, 늘..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또는 포장을 해 와서..
엄마는 순대를 참 맛있게도 잘 드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빈혈이 심했던 엄마에게..
순대는 보약.. 같은 음식이었을 것도 같다.)
그렇게 자란 탓인지.. 나는 지금까지도 줄곧,
상투과자와 순대를 유난히 좋아할 뿐더러-
먹으면서 항상.. 엄마와 아버지를 떠올린다.
지난 명절의 일이다.
부모님 집에 갔다가-
조카들의 간식을 사러, 근처 마트에 들렀는데..
거기서, 상투과자를 발견한 나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사서, 집으로 들고 갔더랬다.
그런데, 글쎄.. 그걸 본 동생들이 모두!
나와 똑같은 생각과 느낌을 갖고 있었던 거다!!
가족의 동질감으로,
새삼 가슴이 벅차올랐던 그날…
우리는 함께 둘러앉아-
상투과자를 정말 맛있게 나눠 먹었다^^
동생들아~ 다음엔 순대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