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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Oct 04. 2024

아껴 듣는 말들


시를 이야기해 어쩌겠다는 건지

팟캐스트를 열던 마음들을 짐작하며

언제 적 폐간된 채널을 열어

시인들의 묻힌 이야기들을 듣는다


어떤 시인은 잘 싸우기 위해 쓴다고 했다

가만하고 나긋한, 상냥한 소리


이름이 반듯한 한 시인은 시메모를 모아두는 중이라고 했다

간혹 멀리 있던 문장 두 개가 만나 시가 되더라고


스칸디나비아, 나이 든 시인이 읊는 그곳을 떠올리다

한 번, 다시 한 번 낯선 곳을 천천히 발음해보는 시인의 떨림을 생각했다


시인은 얼마큼일까

팔레스타인 어느 땅에서는 사만일천 명이라는 사람이 죽었다는데 그 중 어린아이들이 일만육천 명이었다는데

일만육천한 명, 일만육천두 명 세는 동안 저쪽 어느 땅에서도

몇인가 폭격을 맞아 숨이 졌다는데


시인은 얼마큼일까

가을이 되어도 그들이 시를 써준다면

그래도 희망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미 멀어진 날 끝나버린 그이들의 이야기를 모으며

새벽 길을 달리고 운전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길을 걷고 잠에 든다

너무 일찍 폐해버린 시인들의 말을 아껴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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