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주 Oct 03. 2024

부탁


나와 그들 사이에

열 개의 말(言)이 떠있었다

먼저 가지려 하다보니

열네 개의 말을 뱉었버렸다

어쩌면 마흔한 개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날,

우리는 냉랭하다

내가 나의 경솔을 질책하면

나는 나의 옹졸을 힐난한다


모로 고개 돌린

차갑고 어색한 밤이 지나

새로운 말 피어나는 아침이면

우리는 아직 등을 돌린 채

싹 튼 말을 톡톡 건드리며

아무 말도 물어오지마

아무 말이라도 물어와줘

부탁한다


아무래도 나는 한 쪽 편을 드는 것이 낫겠다

열 개의 말을 보지 않는 편이 편켔다

열네 개 혹은 마흔한 개의 말을 꺼내어 놓은 밤은

무한히 자란 말뿌리

불편하다 불쾌하다 불리하다 불면한다


변변치 않은 사람이어도 괜찮겠다

말 뱉는 뒤끝 쓰지 않다면

그 편이 낫겠다

작가의 이전글 네가 있던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