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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Oct 23. 2024

굿나잇


굿나잇 인사를 해줘요.

채집인의 후예인 나에게.


기척을 탐지하는 데 몽땅 쓰이는 밤.

손톱 밑을 머리칼을 일으켜 세우는 밤.

긴 풀 아래 몸 감춘 것들의 응시. 굶주린 것들의 응시.

 

어젯밤 나는 독충들 기어다니는 모래밭 위에서 전투무기를 만들었습니다.

잘 되지 않았어요. 자꾸만 도안은 사라지고 부품은 엉망으로 뒤섞여 찾을 수 없었어요.

딱딱한 외피를 한 곤충 몇이 독을 날름거리며 발등을 타고 올라왔습니다. 목덜미까지.


소스라쳐 잠에서 깨어날 때 나는 조금 울고 싶습니다.

굳은 손가락 마디 펴내는 것이 서러워 울고 싶습니다.


굿나잇 인사를 해줘요.

오늘밤을 지내야 하는 나에게 굿나잇 인사를 해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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