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 D-43
두둥!!!! 최장거리 또 한 번 갱신!!
8.02km를 6:59/km 페이스로 55분 56초에 달림!
와, 굉장하다, 나!
매일 뛰는 거리를 늘려왔으니 8km는 달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6분대 페이스가 나올 줄은 몰랐다. 비결은?
"자, 출발합니다!"
오늘 처음 마라톤 동호회에 나가 달렸다. 허리에 양 손 올린 자세부터 벌써 급이 다른 이들 사이에 섞여 얼떨결에 출발. 혼자 달릴 때보다 빠른 속도였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오버 페이스구나, 싶어 제 속도를 찾는 데 집중해 달렸다. 가빴던 호흡이 안정적으로 돌아왔고 발구름도 제 리듬을 찾았다.
큰 공원을 한 바퀴 돌았을 때부터 회원들과의 거리가 점차 벌어졌다. 그들은 얼마 후 있을 큰 규모의 마라톤 대회 연습을 위해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달리며 종적을 감췄다. 그러니까, 처음 동호회 모임에 나간 나는 혼자 달렸다는 얘기다. 뭐, 아무렇지 않았다. 원래 혼자 달렸으니까. 그래도 초반 페이스가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빨랐고 잘 달리는 사람들을 직접 보며 달려서 그런지 자세도 잘 잡히고 뛰는 게 수월했다.
6km쯤 뛰자 속도가 확연히 느려지면서 롤링도 안 되고 무게중심도 자꾸만 아래로 쳐졌다. 해님도 방긋 예쁘게 올라와 햇빛 알러지 보유자로서 주눅까지 들기 시작했다.
'집 앞에서 혼자 뛸 걸 그랬나'
생각이 드는 찰나, 얼굴도 모르는 회원 한 분이 어디선가 나타나 "파이팅!"을 외치며 지나갔다. 응? 저거 나한테 해주신 거 같은데? 어리둥절해있는데 또 다른 한 분이 나를 추월하며 "할 수 있다!" 외치며 주먹까지 불끈 흔들어주고 지나가셨다.
갑자기 허리가 쭉 펴지면서 힘이 솟았다. 다리가 휙휙 구르면서 몸이 앞으로 쭉쭉 나갔다. 다 쓴 줄로만 알았던 에너지가 어디선가 퍼져 나와 그동안 달려보지 못한 거리를 뛰게 했다. 응원받는 게 이런 거구나...
본인의 달리기에 집중하기에도 귀한 시간에 초면의 새싹 달림이를 응원해 준 그분들 덕분에 오늘 잘 달렸다. 옆에서 발맞춰 달리는 것만이 같이 달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또 배웠네. 기분 좋은 달리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