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 D-39
쉿. 왼쪽 무릎 아픈 거, 쉿.
가족에겐 말하지 않았다. 뛰지 말라고 할 테니까. 친구들에게도, 직장 동료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뛰지 말라고 할 테니까. 누구한테도 듣고 싶지 않다. 아무도 나한테 멈추라고 하지마.
뛰기 시작하면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 계속 달려도 될까, 살짝 겁이 난다. 그런데 또 달리다 보면 괜찮다. 안 아프다. 진짜다.
계단 내려갈 때도 좀 시큰하다. 그냥 놔둬도 되는 건가 걱정된다. 그런데 계단 내려갈 일이 별로 없다. 구르면 된다. 진짜다.
많은 이들의 염려와 다르게, 달리기는 무릎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축구나 야구처럼 갑자기 관절을 비트는 운동은 위험하지만 계속해 다리를 움직이는 달리기로 '도가니가 나가'려면 어휴, 얼마나 뛰어야 하는 거야. 무릎 닳는다고 운동 안 하다 만성질환 걸리는 것보다 살살이라도 달리는 게 낫다.
하지만 달리는 동안 무릎으로 본인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하중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바른 자세로 뛰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를 잘못 굴린다든지, 발을 잘못 디딘다든지, 무게중심을 잘못 두어 바르지 않게 달릴 수 있는데 그때는 얼마 안 뛰어도 도가니가 나갈 수 있다.
달림이들의 무릎 통증은 두 가지다. 1.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의 피로거나 2. 정말 관절에 부상을 입은 경우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오른쪽 무릎이 아팠다. 직감이 왔다. 이건 1번이야. 이겨내면 돼. 무릎보호대를 하고 일주일쯤 뛰니 통증이 사라졌다.
왼쪽 무릎은... 긴가민가 하는 중이다. 오른쪽 때보다 오래되었는데 계속 아프다. 그런데 또 엄청 아픈 건 아니다. 살짝만 아프다. 뛰기 시작하면 안 아프다. 그래서 살짝도 안 아픈 척하고 있는 중이다. 뛰지 말라고 할까봐.
어쨌거나 오늘도 즐겁게 뛰었다. 한 달 가량 뛰는 매일이 그게 그거 같았어도 페이스가 조금씩 빨라지나 보다. 7km를 48분에 뛰다니. 이제 평일에도 7km를 뛸 수 있게 되었다. 기쁘다. 인생이 기쁘다.
달리는 게 좋다. 힘든데 좋다. 변태같이 그렇다. 그러니까 아무도 나한테 그만 뛰라고 하지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