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 D-48
김혼비 작가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읽고 '축구를 해볼까' 30초쯤 생각했었다. 그 재밌는 글을 읽고도 30초만 흔들렸던 것은 5년째 앓고 있는 광장공포증과 사회불안증 때문이다.
광장공포증이란 사람들이 많은 곳이나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을 공포스러워하는 불안장애다. 사회불안증이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하고 사람들과 무언가를 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공포증을 말한다.
공황장애가 와서 이것들도 생겨난 건지, 이것들이 생겨서 공황장애가 온 건지 그 순서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힘들다. 거기에 소리와 빛과 움직임까지 더해지면 몹시 불안해지면서 심장이 조이는 통증이 시작된다.
오늘 서울에 다녀왔다. 사람도 차도 오토바이도 가게도 많았다. 너무 많은 것들이 움직여서 어지러웠고 귀가 아팠다. 그럴 때마다 당황한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소리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몰라서 급하게 두리번거린다. 호흡이 가빠지면서 불안함이 온몸을 휩싼다. 겪어도 겪어도 매번 당황스럽다.
그래서 여럿 안에 들어가 소리 질러가며 공을 차는 축구는 아마도 당분간은 (어쩌면 영원히) 할 수 없겠지만 새벽에 홀로 길을 나서 뛰는 달리기를 즐겁게 하고 있으니 아쉽지는 않다.
새벽 5시의 세상은 움직임도 빛도 소리도 없다. 낮동안 바쁘게 오가던 사람도 차도 오토바이도 없고, 너무 환하고 요란했던 가게들과 큰 글씨들이 위압적이었던 간판들도 어둠 속에서 차분하게 숨을 고른다.
길 위엔 해가 솟기 전의 청량함과 나의 뜨거운 숨소리와 느린 발소리만이 쌓인다. 혼자여도 괜찮은, 혼자여서 괜찮은 달리기여서 사람 노릇 제대로 못하는 나여도 달리고 있다.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