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9) 시작하는 이유

by 이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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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대회 D-49


어제와 똑같은 코스를 달렸다. 마음에 쏙 드는 기록!

어제) 7.11km, 53분 25초, 페이스 7'30"

오늘) 7.21km, 50분 37초, 페이스 7'01"

거리는 늘고, '1km를 달리는 시간'인 페이스는 줄었다. 정말 만족스럽다. 기특해, 기특해.


달리고 나서부터 달림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몇 년 전부터 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내가 달리기를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에는 새벽에 일어나 혼자 방 안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 세상으로 나가 다른 존재들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제 참여한 독서모임의 주제책은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다. 무거운 내용의 책이어서 그동안 미뤄왔었는데 용기를 내 읽어보았다. 며칠 마음이 어려웠다. 그동안 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세상의 크고 낮은 조각을 이제는 보며 살아가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새로 읽기 시작한 책은 우종영 나무의사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이니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늘 걸어왔던 길의 가로수가 이제야 눈에 들어올 것이고, 정상을 향해서만 산을 오르던 산행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지난 토요일판 한겨레 신문을 읽다 '여성국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성배우만으로 공연하는 창극이란다. 93세 이소자 배우, 90세 조영숙 배우부터 93년생 황지영 배우 등이 '레전드 춘향전'이란 작품을 연기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기사였다. 머지않아 여성국극이라는 세상을 직접 만나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오늘 오전, 예전에 다니던 대학에 갔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해 무슨 일인가 보니 포켓몬고 세상에서 1년에 한 번 있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서서 모두 핸드폰에 집중하는 명장면을 지나치면서도 이상한 점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지만 이제는 아, 포켓몬고 무슨 데이구나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시작해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보고 들어야 궁금해하고 감탄할 수 있다. 그래야 이해할 수 있다.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한 배척과 혐오는 날 선 칼만큼이나 잔인하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늘상 긋는 잔인한 어른으로 나이 들까 무섭다.


우리 동네에 달림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오늘 아침, 앞으로 더 많은 시작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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