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 Are you ready?

by 이우주
무제206.jpg



마라톤 대회 D-24


반가운 소식. 왼쪽 무릎이 아프지 않다. 많이 아픈 거 아니라고, 뛰는 데 아무 문제없다고 큰소리쳤지만 고질병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내심 걱정했었는데,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동안 무게중심을 왼쪽에 더 두고 달려 무릎에 부담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D-30) 기울지 않는 마음> 편) 이후부터 통증이 사라졌다. 별다른 노력이나 강화운동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 그저 원인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사정이 나아졌으니 거 참 신기한 일이다.


무릎을 낫게 하려고 애써 무얼 하지는 않았지만 달리다 가끔씩 '아, 균형!' 하고 떠오르면 양 다리에 무게중심을 고르게 두자, 마음먹긴 했었다. 금세 다른 생각으로 빠지기 일쑤였지만 통증의 원인을 알고 있는 것은 그것을 모르던 때와는 결코 같을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고기로 태어나서>, <아무튼, 비건>

2020년,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30년 넘게 유지해 온 삶의 방식을 단번에 바꿨다. 공장식 동물 사육의 실태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의심 없이 행동하고 있다.


요즘은 <한겨레> 신문의 기획보도를 읽으며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 때 얼마나 많은 베트남 사람들을, 무고하고 힘없는 노인과 여인과 어린아이들을 한 데 모아놓고 총 쏴 죽였는지를 알게 되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가족을 잃고 장애를 입고 무너진 인생을 고역으로 살았지만 이제는 한국을 용서한다고 말한다는 것, 하지만 한국군은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실을 부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과 한국군이 종국엔 의로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겠다.


지리산 둘레길 21개 코스를 걷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다 보니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자꾸만 늘어난다. 지리산, 그 굴곡진 역사를 공부해보고 싶고,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정성 들여 읽어보고 싶고,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인터뷰해보고 싶고, 어린이가 있다면 색종이로 미니카와 나비를 접어 선물해주고 싶고, 내 한계치까지 고통스레 오직 걷기만 해보고도 싶다. 그렇게 나, 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배우고 싶다.


친구의 이야기를 넉넉히 듣고 싶기도 하다. 내 생각, 내 마음, 내 욕심, 내 후회, 내 바람이 아니라 친구의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며 온전히 그를 이해하고 싶다.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무언가를 새로이 알게 되면 이전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을 수 없다.

캄캄한 새벽에 늘 고만고만한 코스를 달리지만 많은 것들을 본다. 머리가 보는 건지 마음이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달리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이 닿는다. 그렇게 보게 된 사실을, 존재를 나는 이제 안다. 그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이거 봐라. 달리기가 심장만 튼튼하게 해주는 게 아니다. 눈도 머리도 마음도 키워준다. 자, 모두 뛸 준비되셨는지?




GarminConnect_20230921-082148.jpg


keyword
이전 19화(D-28) 작은별과 얼룩송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