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잘 만들면 다 오빠야 |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나, 이 노래에 알레르기 있는데요?)
쌤을 말없이 쳐다만 보는 나, 너무나도 많은 눈속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하지만 파노라마처럼 생생한 기억에 대해서 말이다.
딸이 닮지 않아야 할걸 (한 놈만 팬다) 날 쏙 빼닮았다. 자그마치 1년을 들은 범준 오빠의 노래 ‘흔꽃샴’. 그렇게 내 귀는 한 번 광광 울고 지나가는 듯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잊혔다. 분명히 그랬다. 그런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했나? 연습 곡이 ‘흔꽃샴’이라니..
첫 선곡이 정해진 순간 온몸이 가려웠다. 후유증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노래에 대한 기대감은커녕 하기 싫은 걸 해야 하는 불상사를 면할 수 없었다. 당장에 덮어씌울 거라고는 그저 쌤의 연주를 보고 들을 기대, 그것 만이 유일하다 생각했다. 자, 선생님을 우러러할 시간! (아마 모든 레슨생들은 다 그럴걸.. ) 어쨌거나 참담함을 그렇게라도 달래고 싶었다.
그런데 이 곡의 리듬이 이제까지의 생각을 전복시킨다. 레슨실 1열에서 자꾸만 감상벽이 튀어나왔다.
‘내가 알던 곡 맞아?’
‘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 노래였나?’
그냥 처음부터 좋은 노래였다. 단지 편식쟁이 같은 짙은 취향, 중저음의 음색에 불호한 나의 조건이 미리 제쳐놓아 몰랐을 뿐.
*그림: 아이주하
#장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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