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자유로운 영혼?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 난 그런 거 몰라요
(드러밍)
끼익- 쿵
터벅터벅 (연습실 방에서 누군가 나온다)
6번 방 수험생의 행방으로 묘하게 시간 개념이 생겨 버린 나는 연습을 제쳐두고 급히 손목을 쳐다봤다. ‘ 헛,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이 방에 기어들어온지 한 시간이 넘었다. ‘후, 몹쓸 버릇이 또 나왔네 또 나왔어.’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원하는 연습 시간은 딱 삼십 분, 얘기인즉슨 오늘 에너지를 남김없이 써 버렸다는 것, 당장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두려워졌다.
주위가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핸드폰의 배터리 같다. 빨간불이 깜빡깜빡 거리는 긴박함이 온몸에 전해진 다랄까, 그러다 손 쓸 수 없이 저승으로..
사람은 유한한 존재고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르다. 사실 나에게 알맞은 속도와 수위조절이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하루를 최선을 다 하기보다 여지를 남겨놓게 되는 걸지도. 그러나 레슨 날에 가까워질수록 전부 드러나는 그림자. 쫒기 듯이 나오는 다급한 실수들은 손과 발과 눈을 피로하게 한다. 그때, 멈추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가, 늘 그래 왔듯이 더 엄격하게, 검열하고 몰아세우는 초자아. 이것은 오랜 틀이자, 깨부수고 싶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자잘한 선택의 기로 앞에 그럴수록 다정하게, 괜찮다고 스스로를 수용해주지 않는다. 이 고질병은 잊을만하면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약을 올린다. (하긴 얘는 그러려고 오는 거지)
부들대며 연습실 방 문을 확 열었다. ‘ 어.. 내가 남의 집에 잘못 들어왔나?’ 문 앞 소파에 모로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는 한 소년을 보았다. 통통한 생김새에 항상 맛있는 향기를 바른 듯 해 나는 6번 방 곰돌이 푸라 부른다. 나에게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멈추고 하고 싶은 걸 해
어쩌면 남편이 말하던 게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는지. (보인다.. 보인다.. 남편의 모습이)
*추신
다음 연습 준비물: 편안한 마음만 준비하면 된다.
(조금 더 편안한 것을 선택)
*사진: 한로로 EP ALBUM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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