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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희 Oct 04. 2024

6번 방의 수험생 1

나는야 자유로운 영혼?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 난 그런 거 몰라요

따두두둥 탕탕 후루후루

탕탕탕 후루루루루

탕탕 후루후루~

(드러밍)


끼익- 쿵

터벅터벅 (연습실 방에서 누군가 나온다)

6번 방 수험생의 행방으로 묘하게 시간 개념이 생겨 버린 나는 연습을 제쳐두고 급히 손목을 쳐다봤다.  ‘ 헛,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이 방에 기어들어온지 한 시간이 넘었다. ‘후, 몹쓸 버릇이 또 나왔네 또 나왔어.’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원하는 연습 시간은 딱 삼십 분, 얘기인즉슨 오늘 에너지를 남김없이 써 버렸다는 것, 당장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두려워졌다.

연습생님, 오늘 뻘밭에 당첨되셨습니다.

부디 안전 귀가 하십시오.

주위가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핸드폰의 배터리 같다. 빨간불이 깜빡깜빡 거리는 긴박함이 온몸에 전해진 다랄까, 그러다 손 쓸 수 없이 저승으로..




사람은 유한한 존재고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르다.  사실 나에게 알맞은 속도와 수위조절이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하루를 최선을 다 하기보다 여지를 남겨놓게 되는 걸지도. 그러나 레슨 날에 가까워질수록 전부 드러나는 그림자. 쫒기 듯이 나오는 다급한 실수들은 손과 발과 눈을 피로하게 한다. 그때, 멈추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가, 늘 그래 왔듯이 더 엄격하게, 검열하고 몰아세우는 초자아. 이것은 오랜 틀이자, 깨부수고 싶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자잘한 선택의 기로 앞에 그럴수록 다정하게, 괜찮다고 스스로를 수용해주지 않는다. 이 고질병은 잊을만하면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약을 올린다. (하긴 얘는 그러려고 오는 거지)


부들대며 연습실 방 문을 확 열었다. ‘ 어.. 내가 남의 집에 잘못 들어왔나?’ 문 앞 소파에 모로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는 한 소년을 보았다. 통통한 생김새에 항상 맛있는 향기를 바른 듯 해 나는 6번 방 곰돌이 푸라 부른다. 나에게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멈추고 하고 싶은 걸 해

어쩌면 남편이 말하던 게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는지. (보인다.. 보인다.. 남편의 모습이)



*추신

다음 연습 준비물: 편안한 마음만 준비하면 된다.

(조금 더 편안한 것을 선택)


*사진: 한로로 EP ALBUM “HOME”





#귀가

#뻘밭

#안전귀가

#그림자

#초자아

#강박

#자유

#편안한마음을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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