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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희 Dec 05. 2024

좋은 패가 들어왔다

그건

나는 파도의 너울에 흔들거리는 배 위에 서있다. 오도 가도 못해 멀미를 쌩으로 참다 울컥하고 게웠다.


말썽 많은 내 속.


수업 도중에 벌어졌다. 차라리 배였다면 합당한 이유라도 될 텐데 이건 뭐 오로지 나에게만 타당한 이유를 그 누가 이해할까. (나 말고)




당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합격 여부를 똥줄 타게 기다릴 때였다. 신청할 생각이 일도 없었는데 글쓰기 모임 중 일원분이 합격하셨다고 알려 왔다. 내 일처럼 축하해 드렸더니 내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연재 중인 글을 읽고서 질투가 내 볼따구니를 화끈거리게 할 만큼 몹시도 났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말처럼 딱 내가 그 짝였다. 순식간에 자그마한 불쏘시개에 불과한 것이 활활 타는 화염에 휩싸여 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재떨이와 부자는 모일수록 더럽다는 말을 아는가? 욕심은 더욱 커지고 마음씨는 더 인색해진다는 속담이다. 그렇게 하는 수없이 수업은 중단되었다. 자꾸만 불쑥 침투한 나의 초조함을 눈치챈 쌤의 단호한 목소리가 레슨실에 둥둥 떠다닌다.


그만하셔도 돼요.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다고, 집에서 안절부절못할 때마다 연습실을 드나들었다고 나는 실토했다. 뒤에 이어진 이야기는 불안과 초조함을 압도할만한 걸 해 보았느냐, 가령 운동이나 겜 같은 자극적인 것에 대한 것들이었다. 운동도 흐지부지 되었고 겜은 전혀 하지 않는 나로서는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그럴수록 드럼을 치러 왔다 말했다. 마치 느닷없는 소나기를 만났을 때 급히 어딘가로 뛰쳐 들어가는 것처럼.. 내게는 연습실이 그랬다.


“드럼도 자극적인 악기죠.”

“그런 가요?”


그래서였을까. 무얼 해도 그 자리에서 꼼짝 않던 감정이 드럼 소리와 함께 조금씩 나를 관통해 지나가버렸나 보다. 그 길로 산책로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질투와 시기와 오만이 그제야 보였다. 브런치에 합격한 게 그렇게 배 아팠냐?.. 그럼 부정은 왜 했고?? 두려웠다. 오래오래 이어가고픈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스스로가 억압했다는 걸 알고 나니 그까짓 거 라며 안도 섞인 웃음이 나왔다. 나는 과거에도 현재도 애간장 타는 불안을 다룰만한 다른 패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저 걸으며 안갯속을 직접 보고 코끝에 닿아야지만 하는, 괴로워도 다른 요행이 통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패가 생긴 셈이다. 소나기정도 피해 갈 만한. 하루낮 동안의 소란은 온데간데없고 퇴근 한 남편과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편안한 상태가 되자 툭 나온 말은 이러했다.


“있지. 쌤이 그러는데 드럼이 자극적인 악기래.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 ”


남편이 말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인류의 가장 오래된 태초의 악기, 원초적인 악기라는 걸 말하는 거야. 북을 두드릴 때 내 몸에도 울림으로 공명하듯 느껴지는 자극 같은 거.


눈을 감은 채로 말을 끝낸 남편을 보며 여운이 가시지 않아 그대로 쳐다보았다. 희미한 코 고는 소리가..

(어딘가 멋진데 어딘가 개자유로운 느낌)




#사사로운감정은

#드럼에게양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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