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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희 Jun 16. 2024

검은 콩나물

스타일이 다른 두 선생님

초등학교 이후 제대로 본 적 없는 음표를 보고 있노라니 그게 그거 같고 어쩐지 비슷하게 생긴 노란 콩나물만 생각난다. 명절 때마다 질리도록 다듬으며 넌더리가 난 감정이 투사된 걸까? 결혼하고 처음 맞은 명절날이 불현듯 떠올랐다. 제사상에 올릴 콩나물을 다듬어야 한대서 어머님 옆에 붙어 앉았는데 세상에 다듬고 또 다듬어도 양이 줄어들지 않았다. 앞으로 험난한 내 미래가 그려지자 줄행랑치고 싶었다. 그렇다고 이제와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신문지 위로 수북이 쌓인 콩나물들만 애꿎게 노려봤다. 그때처럼 봐도 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음표들을 노려보고 있다. 급기야 오기가 발동한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해보자. 그때 갑자기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떼는 악보에 음표 하나하나 그리면서 외웠어’


환청이 아니라 지난번 리듬이 외워지지 않아 씨름하는 나를 향한 남편의 조언이었다. 아마도 배가 고파 이 사달이 난 것 같다. 드럼을 치고부터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남편이 드러머로 활동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꼭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늘 합주가 끝남과 동시에 배고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는 것! 이제야 그의 마음을 백 번 천 번 알 것 같다. 요즘 내가 그러고 있으니 말이다. 일단 밥부터 먹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머리에 좋다는 호두조림을 왠지 먹어야 할 듯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았으니 양배추 샐러드로 위를 보호해 주자.


그렇게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연습실로 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 레슨은 제발 연습한 부분을 확인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렇지만 내 속을 알리가 없는 선생님은 거꾸로 연습하지 않은 걸 시킨다. 내가 청개구리인지 선생님이 청개구리인지 헷갈릴 정도다. 아무튼 틀리고 틀린 만큼 트레이너처럼 한 번 더 한 개만 더를 말한다. 알고 보니 악보에 익숙해지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번에 두 번 쭉 가면 끝날 수도 있어요!‘


오늘도 나의 승부욕을 자극시키는구나. 끝내버리자 얼른!




#음표가뭐길래 #라떼는말이야 #청개구리쌤 #승부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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