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 일어나기 싫어..‘
‘일어나기 싫어..’
시계를 쳐다보며 몇 번이고 곱씹던 말, 주말 내내 거머리 같은 두통과 한 몸이 되어 시댁에 다녀온 터라 내 모습은 시들시들한 상추 마냥 매가리가 없었다. 어느새 무기력해져 온몸이 무거워진다. 멘탈 관리는 피지컬로 하는 거라더니 이를 어쩐다, 운동의 필요성을 인지했으나 (운동의 효과가 항우울제만큼이나 탁월하다고 한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나는 운동을 안 좋아하니까. 막상 시작하면 다음날 근육통에 시달리도록 하고 마는 성격이지만 좋아서 나선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늘 레슨 쨀까? 당장 몇 시간 후면 드럼 레슨이 있어서 골치가 아팠다. 어차피 이 몸뚱이로 간다 한들 집중 못할게 뻔해 라며 습관적인 합리화에 허우적 될 때 누군가가 떠올랐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노안 타령하면 악보 앞에 환하게 비추어 주는 조명을 달아주고, 악보를 보는 게 익숙지 않아 목통증을 호소하면 거치대를 곧장 옮겨주던 친절한 쌤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머리가 아프다고 출근을 안 하는 경우는 없지, 일단 나도 출근하는 셈치자. 출근 카드만 찍자고 다독이며 약 한 알을 삼켰다. 신기한 건 약으로도 해결이 안 되던 것이 의외의 곳에서 나은 것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드럼이 두통을 잊게 해 줬다? 우연히 일어난 일일지라도 그 덕분에 노래 한 곡을 끝까지 치는 경험을 했다. 물론 나침판처럼 방향을 알려주는 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따금씩오는성취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