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하고 싶고, 닮고 싶은 드러머는?
늦은 밤 우린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나는 드럼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막 입문한 터라 연습실만 갔다 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날도 깊어진 밤하늘에 수많은 별빛들이 쏟아질 것만 같이 남편을 향해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 내었다.
순간 아주 재미난 일을 겪은 게 생각이 나 그릇을 헹구다 말았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혼자 쿡 웃는다. 늘 그렇듯 나만 웃긴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마는 노잼인 사람.
“연습실 방을 쭉 둘러보다 거울을 발견했어. 음, 거울이 왜 있지? 셀카 찍으라고? 용모 단장?? 은 아니겠지 생각을 했는데 연습을 하면 할수록 자꾸 뭔가 신경 쓰이는 거야, 그때 우연히 거울을 보니 좀비 같은 모습을 한 내가 보이더라고?!!”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수세미로 요리조리 그릇을 닦던 남편은 나에게 묻는다.
“거울이 왜 있는지 알아?”
“아니.”
“드럼을 칠 때 자세를 보기 위해 갖다 놓은 거야. 네 모습이 잘 보이게 옮겨서 쳐봐.”
잠시 창 밖을 바라보고 주춤하는 것 같더니 말을 이었다.
“나도 자세를 엄청 바꿨어. 거울도 보고 영상도 찍어서 보고 했었어. 그리고 예전에 수강생들한테 항상 말했던 게 있어. 따라 하고 싶은 드러머를 정해서 오늘은 ㅇㅇ처럼 똑같이 해보라고. (행동 미러링 - 타인의 자세, 몸짓, 표정 등 신체적 행동을 모방하는 것을 의미) 그러다 보면 자기한테 맞는 스타일을 찾게 돼.”
남편은 마치 긴 머리 백발 도사님처럼 득도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설거지에 집중했다. 그래. 첫 수업 시간에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어렴풋이 생각난다. 공교롭게도 이때 초등학생이 된 딸의 학부모상담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의 학습태도와 바른 자세를 가정에서도 지도해 달라 당부하셨었다.
딸에게 잔소리한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올라 쥐구멍으로 숨고 싶네.
나부터 바른 자세를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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