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렇게 변해들 가는 건 자기만 아는 이유
언젠가 드럼 쌤이 나에게 물었다.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록 음악이요.’
‘누구 좋아해요?’
왜인지 생각이 안 난다. 그러다 몇몇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에서 유명한 사람이 떠올랐다.
‘레이니 좋아해요.’
당시에는 주제에서 벗어난 줄 몰랐다. 아니나 다를까 쌤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되묻는다.
‘레이니는 록 음악은 아니잖아요?’
‘네 그렇죠.’ (록 음악은 아니지만 좋아하니까, 좋아한다고요)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내가 변했다는 걸.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 노래 저 노래 불러 재끼는 아이의 목소리에 파묻혀 귀에서 피가 나올 지경인데 록이 웬 말. 이런 이유로 지금은 카페에서 흘러나올 법한 스타일의 팝이나 록의 요소가 수수하게 깔린 노래를 듣는다. 이제는 정신 사나운 것들은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이 변했다. 유도 분만실에서 드림시어터를 들은 나였는데…
사실은 그때 원해서 들은 건 아니었다. 반쯤은 나간 정신 줄을 힘겹게 부여잡고서 나의 상태가 안 좋으면 아이도 더불어 안 좋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태동이 급격히 줄어 아이의 호흡이 불안정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간호사님이 혹시 아이와 즐겨 듣던 음악이 있는지 물어왔다.
‘록 음악인데..’
‘일단 틀어보세요, 아이가 반응만 하면 되니까요.‘
해서 들은 노래가 another day였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다시 태동을 하기 시작했고 차츰 호흡도 안정을 되찾았다. 출산과 육아로 난 변해도 너무 변해버렸는데 남편은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 같다. 여전히 2000년대 록 음악에 취해 허공 속에서 드럼을 치는 모습은 우리 집에서 흔한 퍼포먼스다.
모두 변해가는 모습에
나도 따라 변하겠지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그래 너도 변했으니까
너의 변해가는 모습에
나도 따라 변한 거야
이리로 가는 걸까
저리로 가는 걸까
어디로 향해 가는 건지
난 알 수 없지만
세월 흘러가면 변해가는 건
어리기 때문이야
-봄 여름 가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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