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갈 기회
연습실을 서둘러 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을 걷다 이상하리만치 느껴지는 통증에 무언가 잘못된 것을 직감했다. 내 마음에 허락 없이 침투해 버린 검붉은 감정들이 나를 휘감고 있었다. 별일 아닌 일도 유독 나의 뇌는 위기 상황으로 여기고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 그 이유는 12년 전에 겪었던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작 (어지럼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 일지 모른다. 이런 나를 구원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남편에게로 도망쳤다.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따지듯 말했다. 물론 따질 구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선량한 그였다.
나 왜 허벅지가 아프고 엉덩이가 아픈 거야?
스쿼트 안 했는데 왜 그런 거야?
평소보다 높아진 내 목소리가 들린다.
의자는 어떤 의자야?
발은 어떻게 들었어?
차분하게 말하는 남편의 목소리를 듣는다.
때로는 스스로 잘 인식이 안돼 서로가 의존을 감추지 못한다. 너의 투정을 받아주는 내가 있고 나의 불안을 받아주는 네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말해 놓고 나는 아차 싶었다. 내 정신 좀 봐. 분주하게 메모해 둔 수업 내용을 한 글자씩 읽어 나가다 복사해서 붙여 넣은 것처럼 그가 하는 말들과 같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어쩌다 다 무시하고 마음만 앞섰을까. 처음 새로운 걸 배울 때 생기는 의욕 호르몬이 짜릿짜릿함을 주니까. 그런 나의 하루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놓친 흔한 실수일 뿐이다. 그러니 실수할 때마다 부드러운 어른처럼 격려해 주자고 나에게 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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