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위 말하는 '알쓰', '술알못'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니지만 건강을 위해 자제하는 편이며, 술 자체에 큰 관심도 없기에 알쓰나 술알못으로 알려져도 괘념치 않는 편이다..
예전에 지인이 내게 와인 마시는 법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었다. 그는 와인은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되고, 얼음과 함께 마셔서는 안 된다고 알려주었다. 친절한 말투는 아니었는데, '그것도 모르냐'는 눈빛이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의 말이 맞다는 건 나 또한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마셔야 할 이유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내 방식대로 마실게요."라고 말했다.
사실 내 위장은 알코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와인도 얼음을 넣어 마신다. 얼음이 녹으면 와인이 연해진다. 이러면 당연히 와인 본연의 맛은 줄어든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렇게 와인을 마셔야 내 몸에 부담이 덜했다. 입이 즐겁기 위해선 와인은 있는 그대로 마시는 게 가장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내 입과 위장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고, 나는 둘 사이의 절충이 필요한 편이었다.
이렇듯 와인에 얼음을 넣어 즐길 때는 몸에 탈이 난 적이 없었다. 그날 그는 와인에 대한 지식을 쏟아내며 내가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내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La fille au litre (Young woman with a litre wine bottle) (1921)
세상에 다양한 술이 있고, 다양한 사람이 있듯 와인을 마시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기보다, 내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더 중요하고 생각한다. 그가 아는 와인 지식은 보편적이며 그게에 적합할지라도 내게 도움이 되는 방식은 아니었다.
어떤 식으로 와인을 마시든 많이 마시지는 못해도 내가 행복하게 즐기는 게 최우선이다. 와인은 내 삶의 작은 즐거움이니, 나만의 방식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을 통해 얻는 행복이 와인을 제대로 음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처럼 내 방식대로 소소하게 즐기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