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네가 떠오르는 계절
언제 여름이 이리도 가까워졌을까. 계절을 느낄 새도 없이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어. 며칠 전엔 문득 네게 안부를 물을까 하다 손을 멈추고 말았어. 너라면 왠지 잘 지내고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거든.
비록 일상은 분주하지만 삶의 향기는 나날이 짙어지고 있어. 돌아보면 정말 감사한 일도 많았지만 유별난 사람과 이상한 일도 많이 경험했거든. 그렇지만 너도 알잖아. 나를 죽일 수 없는 건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거. 최악의 순간부터 최고의 순간까지 전부 내 이야기가 될 준비를 하고 있어.
너도 기억하지?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이 우리의 글에서 생생하게 살아날 거라고 말했던 그 순간을. 그날이 머지않았어.
흐르는 계절은 금방 더 무르익어 무더운 여름으로 짙어질 거야. 이번 여름은 우리가 조금 더 성숙해지는 계절이 될 거 같아. 너도, 나도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소식을 들려줄지 기대가 돼.
아쉽지만 난 이제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해. 초여름의 햇살이 조금 더 쉬었다 가라고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있거든. 항상 너의 하루가 은은한 행복으로 물들길 바랄게.
추신.
얼마 전에 내가 얘기했던 거짓말쟁이 부인 기억해? 그 부인을 소설 속 악녀로 설정했다고 상상해 봐. 네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 네가 말했듯이 그 부인은 정말 나쁜 사람이야. 그런데 말이야, 그녀의 그 모난 부분들이 소설 속 악녀의 악행을 구성하는 데에 어찌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
그 부인이 내게 준 상처를 떠올리는 건 여전히 씁쓸해. 하지만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잖아. 창작의 영감은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 있고. 우리에겐 상처를 그냥 상처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예술로 승화할 것인가 늘 결정할 자유가 있어. 그리고 이런 과정이야말로 인생을 예술로 만드는 오롯한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
아참, 끔찍한 안경 박사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물었지? 그건 다음에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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