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거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왜 갑자기 이런 고민을 하는 거냐고?
갑자기는 아니야. 한동안 인간 본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거든. 거짓말해 놓고는 그걸 오해라고 우기는 사람, 자기 꿈만 꿈이고 남의 꿈을 쉽게 비웃는 사람, 너무 바빠서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나에게 바쁜 척 좀 그만하라고 막말하는 사람 등.
왜 그렇게 질 나쁜 사람을 많이 만난 거냐고? 처음엔 괜찮은 사람들인 줄 알았거든. 어느 순간 본성을 드러내지 뭐야.
혹시 어수룩한 겉모습이 효과적인 기만 수단일 수 있음을 명심하라는 로버트 그린 작가의 말 들어 봤어? 작정하고 속이려 드는 사람을 골라내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인생 숙제야.
거들먹거림은 내부적으로 무척 불안하기 때문이고 지나친 싹싹함은 은밀한 야심과 공격성 때문이며 농담을 일삼는 것은 옹졸하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지각하거나 일 처리를 꼼꼼하게 하지 않거나 호의에 보답하지 않는 등의 사소해 보이는 문제는 그들의 성격에 대해 더 깊숙한 진실을 알려주는 징표이다.
-오늘의 법칙, 로버트 그린, 까치
난 아직도 순진한 면이 있나 봐. 네가 예전에 말한 것처럼 나도 조금만 덜 순진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정말 기쁜 소식이 있다면 그들도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없다는 거야. 애초에 얕게 생각하고 접근했을 텐데 뭘 더 바라겠어? 게다가 난 악마도 포기한 인성을 가진 사람을 오래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차라리 코딱지맛 젤리빈을 먹는 게 낫지.
아무튼 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법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 (운이 좋다면 미래의 나는 찾을 수도 있어.) 신뢰라는 건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기 때문에 무너지기 전에 보호를 잘해야 하는 거거든.
그래도 혹시라도 네가 알고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줘도 좋아. 언젠가 한 번쯤은 무너진 신뢰를 쌓아 올리고 싶은 날이 오긴 할 테니까. 아마도 말이지.
추신.
오늘은 평소보다 더 바쁜 날이야. 한동안은 정신없이 퍼붓는 소낙비를 맞는 기분으로 계속, 계속, 계속 바쁠 거 같아. 그렇지만 행복해. 이상하게 곧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거든. 신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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