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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Jun 02. 2024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은 손절해도 괜찮아

때론 정을 포기하고 권리를 요구할 때도 있어

네가 보낸 편지는 잘 받았어. 고마움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 관해 고민하는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도 한때 그런 고민을 했던 게 떠오르더라. 로드 부인이  이야기는 참 안타까운 소식이야. 세상 누가 자신이 받은 돈만큼 일하지 않는 무책임한 사람을 좋아하겠니? 내가 만약 로드부인이었다면 아무리 바빠도 받은 돈만큼이라도 일을 했을 거야.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로드 부인이 아픈 아들을 핑계 삼아 남의 돈을 쉽게 벌려는 수작을 부린 걸로 이야기할지도 몰라. 로드 부인이 주장한 대로 아들이 정말 아팠다면 간병하느라 바빴을 거야. 하지만 로드 부인은 네 일을 소홀히 하곤 자기 가게를 열었다며? 딱 오해하기 좋은 타이밍일 수도 있지만 네 입장에선 부인이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네 일을 소홀히 하는 핑계로 아들을 이용한 걸로만 봤을 수도 있어.



오늘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을 만났어.




부모 자식이건 형제건 친구건 동료건 간에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과는 일찌감치 관계를 정리하는 게 현명한 인간관계의 규칙입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고마운 것을 고마운 줄 모르는 사람은 나의 에너지를 뺏어가며 나의 삶을 갉아먹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만의 기브 앤 테이크 목록을 열심히 체크하며 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미경,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신기하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작가도 기브 앤 테이크 목록을 열심히 체크하라고 해. 사실 나도 너와 비슷하게 기브 앤 테이크 목록을 굳이 체크하지 않고 살았어. 사람 관계라는 게 때론 더 주기도 하고, 때론 더 받기도 하는 거잖아. 너무 딱딱하면 정이 없어 보이기도 하구. 네가 이번에 스프링 부인으로 인해 고생하며 느꼈겠지만 종종 남이 베푸는 마음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람도 있어. 그래서 나만의 기브 앤 테이크 목록이 필요해.




The First Wife (1915)_Bernard Meninsky (Ukrainian, 1891-1950)




네가 걱정하는 게 뭔지 알아. 사람관계에서 기브 앤 테이크를 따지는 게 얼마나 계산적이고 인간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보이는지. 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는 주고받음이 균형을 잃는 순간 한쪽이 지치게 되어 있어. 왠지 그런 말을 하는 게 도리가 아닌 거 같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하는 게 유독 어렵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사고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등등 다양한 이유도 있지.



게다가 로드 부인이 먼저 말했다며.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은 싫다"라고. 로드 부인은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먼저 그런 말을 한 거야. 보통 자기가 찔리는 일을 할 땐 그런 말을 먼저 해서 보호막을 형성하곤 하거든. 마치 자기는 고마움을 잘 아는 사람인데 상대가 전혀 아닌 것처럼 말하고 싶을 때 이용하는 거지.



그리고 너도 굳이 줘야 할 돈이 아니거나, 굳이 베풀 필요 없는 친절이라면 그걸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해. 좀 정 없어 보이는 게 때론 너를 지키는 힘이 되니까.



앞으로 난 네가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 더 당당히 요구하는 사람이면 좋겠어. 예를 들어 스프링 부인은 자신이 받은 돈만큼의 제 몫의 일을 해야 했잖아. 부인이 제대로 일하지 않는 모습을 봤을 땐 네가 그녀에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말할 권리가 있어. 그게 아니면 부인에게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하거나. 네 권리를 너만이 지킬 수 있어.



좀 정 없어 보여도 네가 네 권리를 지켜야 할 때는 단호해진다면 좋겠어.






추신.

안경 박사 이야기가 많이 궁금하지? 하고 싶긴 한데 아직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 그럼 오늘도 행복하길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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