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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May 12. 2024

네가 자꾸 나쁜 사람을 만나는 이유

그거 알아? 인생사 새옹지마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던 걸까. 여긴 며칠 전 비가 끝없이 쏟아졌어. 낮은 계단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네 편지를 펼쳤지.



편지지의 구석구석에 배인 먹물은 비에 젖어 번져가는 꽃잎 같았어.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말들이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나에게 닿았지.



마치 비가 내리는 소리조차 잦아들며 세상 전체가 너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듯했어.




Rain_Vincent van Gogh (Dutch, 1853-1890)




'어째서 우리 인생에는 불행한 일이 생기는 걸까? 어째서 나쁜 사람을 만나 고생하게 되는 걸까?'라는 네 말에 나도 오랜만에 상념에 젖었어.



너는 내가 지나치게 반짝이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나 역시 가끔은 촛불보다 더 작은 빛을 내는 날이 있단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인데, 나도 '내가 좋지 못한 사람이라서 나쁜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라는 자괴감에 시달린 적이 있어.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때론 약해지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을 맞이하곤 하잖아. 그런 어둠의 순간들을 잘 버티면 성숙이란 선물이 주어지는 거구.




Going home in the rain (1860 - 1869)_Anonymous




"내가 좋은 사람이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데 난 이 모든 불행이 내 잘못인 거 같아."



넌 이렇게 말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아? 상처를 준 건 상대방이지 네가 아니잖아.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예의를 지켰어.



상대가 무례했던 것까지 네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거 우리 자신 뿐이잖아. 상대의 행동과 태도는 온전히 상대의 인성에 달린 일이야.



그리고 기본 예의도 지키지 않은 사람 때문에 죄책감이나 자괴감을 느끼기엔 인생은 너무도 짧아. 나쁜 사람들 때문에 네가 아파하지 않으면 좋겠어.




Umbrellas in the Rain (1899)_Maurice Prendergast (American, 1858-1924)




넌 계속 상처만 받으니 삶에 행복도 성장도 없는 거 같다고 했지만 생각해 봐. 이번 일을 통해 너만의 경계선이 확실해졌을 거야.



참고 살 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의 저자 스즈키 유스케 작가는 "타인의 침범에 민감해질수록 스스로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 무엇을 편하게 느끼고 무엇을 바랐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라고 했어.

 


지나 보면 나도 그랬어. 고마운 줄 모르는 사람이 싫다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은 상대에게 고마워할 줄 모르는 뻔뻔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아, 나는 기본예절도 모르는 사람과는 안 맞는구나.'를 확실히 깨닫고 그런 사람과는 깊이 교류하지 않아.



너도 알겠지만 남한테 저런 말하는 사람치고 본인이 상대에게 고마움을 진실로 느끼는 사람이 드물긴 하잖아? 사기꾼이 "저는 비록 사기꾼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네 편지를 다 읽을 쯤엔 이런 생각도 들었어.




Landscape with a rainbow_Edward Duncan (English, 1803-1882)




어쩌면 네가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고 힘든 시기를 지나는 건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잠깐 소나기를 맞는 것과 비슷해. 원래 무지개는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비가 그친 후에 고개를 내미는 거잖아.



우리는 누군가를 바꿀 수는 없지만 누군가와 교류하고 소통할 것인가는 선택할 권리를 지니고 있어. 네가 겪은 아픔과 슬픔은 분명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짧은 소나기에 불과하다고 믿어.



우리가 살면서 종종 나쁜 일을 겪고, 나쁜 사람을 만나는 건 조만간 좋은 일이 생기고, 좋은 사람을 만날 거라는 하나의 신호라는 걸 잊지 말아 줘. 곧 널 위한 무지개가 뜰 거야.






추신.

다른 이야기는 조만간 또 편지로 전할게. 오늘은 반짝이는 별처럼 더 많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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