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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글쓰기는 왜 더 중요해졌는가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없다. 다만 멈춘 사람만 있을 뿐.

by 윤채
글쓰기 연습 따로 할 필요가 있을까요? AI가 다 해주잖아요.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AI는 단 몇 초 만에 보고서를 만들고, 블로그 글을 정리하며, 심지어 웹소설 초안까지 척척 완성한다. 이런 장면을 보면 '앞으로 내가 글을 계속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고민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AI를 직접 써보고, 연구하고, 일에 활용할수록 결론은 단순해졌다. AI 시대일수록 사람이 직접 쓰는 글쓰기가 더 절실하다. AI는 문장을 대신 써줄 수 있어도, 인간의 삶은 대신 살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매끄러운 글이라도 AI는 새벽 세 시의 외로움, 첫사랑의 떨림, 부모님께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담아내지 못한다. 독자가 찾는 건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불완전하지만 살아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때로는 100점짜리 기계가 쓴 글보다 30점짜리 사람이 직접 쓴 글이 더 큰 울림을 준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다. 초고가 엉망일까 봐 두려워 멈춰버리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멈추는 순간 글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런 시절을 거쳤다. 웹소설을 쓰다 길을 잃고, 블로그 원고 앞에서 커서만 깜빡이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본 적도 많았다. '아직 준비가 덜 됐어'라는 변명으로 두려움을 가렸다. (지금도 그럴 때가 있다.)



그러나 완성된 글들의 출발점은 언제나 불완전함이었다. 매끄럽지 못한 문장에서도 독자들은 감정을 읽어냈고,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솔직하게 다가갔다. 완벽을 내려놓았을 때 글은 살아났다.



그래서 글을 쓰다 멈칫할 때면 스스로에게 말한다.



"초고는 쓰레기다."



잔혹한 농담 같지만, 글쓰기의 진실이다. 없는 글은 고칠 수도 없으니까. 쓰레기 같은 초고를 먼저 써 내려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끝까지 가는 유일한 길이다.



이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 글쓰기의 힘이다. 그런데 AI의 등장은 또 다른 착각을 불러왔다. "AI가 다 써주는데 굳이 내가?"라는 회의, "내 글은 기계만큼 매끄럽지 않은데"라는 비교가 사람들을 위축시킨다.



그러나 AI가 쏟아내는 완벽한 문장 속에서 독자들이 찾는 건 오히려 진짜 목소리다. 화려하지만 생명 없는 언어보다, 거칠더라도 경험에서 길어 올린 문장이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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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처음 접했을 때 두려움보다 앞섰던 건 호기심이었다. "이 도구를 어떻게 쓰면 내 글을 더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를 움직였다. 그래서 피하지 않고 배우기로 했다. 그 결과 AI 강사와 AI 활용 전문가 자격증 등을 취득했고, 글쓰기에 AI를 접목하는 방법과 어디서부터 경계해야 하는지를 직접 실험했다.



배움의 끝에서 깨달은 건 단순하지만 강렬했다. AI는 작가의 경쟁자가 아니라 조수다. 구조를 다듬고 아이디어를 보탤 수는 있지만, 글에 숨을 불어넣는 일은 오직 인간의 몫이다. 나만의 문체, 감정, 삶의 이야기는 어떤 모델도 대신할 수 없다.



이 책은 바로 그 호기심과 깨달음에서 출발했다. 첫 줄 앞에서 늘 멈추는 사람을 위해, 완벽을 좇다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한 사람을 위해, 그리고 AI 시대에 자기 목소리를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해 쓰였다.



AI 시대, 사람의 글쓰기는 왜 더 중요해졌는가?



답은 명확하다. 기계가 글을 쏟아낼수록 독자는 오히려 진짜 사람의 목소리를 갈망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바로 당신의 손끝과 고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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