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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설 aka꿈꾸는 알 Apr 13. 2024

<정년퇴직 후 N잡> 첫 블로그 개설

첫 번째 n잡, 60대 블로거로 데뷔

아버지께서는 

약 30여 년 간의 성실한 직장생활을 마치시고

명예로운 퇴직을 하셨다. 

퇴직 행사에서

어머니께서도 23년도까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인력으로 근무하셨지만


최근에는 직장에서 퇴사하신 뒤 무료해하고 계셨다.


그렇게 두 분은 하루종일 집에서 붙어계시며

알콩달콩하다가도 투닥투닥하시곤 했다.




"그게 뭐냐?"


한 네이버 블로거의 맛집 체험 후기를 읽고 있는데,

옆에서 내 폰 화면을 슬쩍 보시던 아버지께서 물으셨다.



"아, 아빠. 이건 블로그라는 거예요. 음...

그러니까 자기만의 홈페이지 같은 거?

 홈페이지 운영자가 맛집 체험단으로 식당 다녀온 후기 읽고 있었어요."


"맛집 체험단?"


아버지는 처음 들어보는 용어에 궁금해하는 표정이셨다.



"네, 체험단으로 선정되면

그 식당에 가서 음식을 무료로 제공받는대요.

다녀와서는 먹은 후기를 정성 들여 잘 써주면 되고요.


"돈을 안 내고 밥을 먹는다고?"


"네. 그렇죠. 블로거, 아 아니, 그 홈페이지(아버지가 이해하시기 쉽게) 운영자는 맛있게 음식을 체험하고.

식당은 인터넷에 후기로 홍보되고. 

요새 뭐 그런 게 있나 봐요."  



내 말에 아버지뿐만 아니라,

옆에서 가계부를 쓰고 계신 어머니까지도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마 60대 부모님 입장에서는,

음식을 무료로 제공받는다는 사실이 꽤 놀라울 법했나 보다.


"어머, 너무 좋겠다! 가는 길에 경치 구경도 하고

식사도 맛있게 고.

또 홍보 잘해서 가게도 도와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그런 체험을 다니는 젊은 블로거들이 부러운 것 같았다.  




"맞아요. 블로그에 맛집 후기만 올리는 게 아니라.

평소 여행 갔던 사진도 올리고. 그냥 노는 일상도 올리고.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내 하루를 공유하는 거예요. 

블로그 하시는 분들 다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왠지 부모님께서 관심이 있으신 것 같아 나는 좀 더 상세하게 설명드렸다.

부모님이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한다면, 나는 적극 찬성이기에.




"여보, 그럼 당신 퇴직하고 맨날 삶이 지루하다 그러는데

우리 같이 홈페이지(=블로그) 한번 해볼라우?"


"에이 홈페이지는 무슨!!  우리가 젊은애들을 어떻게 따라 가!!"


아버지는 일단 역정을 내며

반대부터 하는 습관이 있으시다.

(*인간 앵그리버드)


"왜요, 당신 직장에서 컴퓨터 업무도 했었고...

그 재능을 섞이기가 너무 아까운데."


"흠... 그건 그렇지. 근데 올릴 내용이 없잖아."


"왜 없어. 나 요리 좋아하니까 음식 만드는 것도 올리고.

당신은 사진 찍으니까 여행 가는 것도 찍어 올리고...

맛집 체험단인가? 그것도 참여해 보고. 재밌겠구먼?" 



어머니의 똘망똘망한 눈빛을 오랜만에 본 나도 기분이 좋아

박수를 치며 적극적으로 말했다.


"맞아요. 생각해 보니 아빠는 사진작가죠 (가족행사 사진담당),

엄마는 글 잘 써서 라디오에도 당첨 잘 되죠,

분이 여행 일상도 올리고 맛집도 다니면 짱 좋을 것 같은데?"


"흠...... 그래?"


고민하던 아버지께서도 우리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생각이 조금 긍정적으로 바뀌신 것 같았다.



.

.

.



그리고 다음 날.


부모님 블로그 개설 완료


편찮은 데가 많아 늘 건강을 챙기는 아버지(닉네임: 건강)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어머니(닉네임: 행복)가 만나

대망의 <60대 '건행부부' 블로그>가 탄생하였다.



(부모님은 실행력이 굉장히 빠른 )



우선은 예전에 가셨던 맛집이나 관광지 후기를 포스팅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부모님의 눈은 아주 진지하고도 초롱초롱했다.


어머니는 메모지에 연필을 들고서는 내 말을 하나하나 적으셨다.


아버지는 마치 카메라 감독님처럼 휴대폰을 이리저리 현란하게 움직이며 

포스팅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으셨다. (나중에 복습용)


그러면서 두 분은 동시에, 누가 먼저라고  것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업무 분담을 하셨다.




건강남편(父) 업무:

1. 얼마 전까지 공무원 생활을 하였으므로

타자실력이 여전쓸만하다.(독수리 타법 아님, 두 손으로 타다닥)

그러므로 키보드 타자로 글 쓰는 업무 하기.


2. 최근에 휴대폰을 바꿔 폰 화질이 우리 가족 중 제일 좋다.

그러므로 사진 찍기 담당.


3. 블로그 활동을 위한 여행이나 맛집 체험을 갈 때

운전기사+촬영 장비(??ㅋㅋ) 들어주는 일하기.



행복아내(母) 업무:

1. 월간지 '좋은 생각', MBC '지금은 라디오시대' 등에 당첨되는 글 실력이 있으므로,

블로그에 올릴 글을 연습장에 작성하는 일을 한다.

(→그 원고를 받아, 건강남편이 타자를 칠 것)


2. 포스팅 주제/내용 정하기 

(예: 반찬 만드는 과정, 텃밭에서 나물 캔 내용, 유용한 생활정보)


3. 공감 능력이 좋으므로, 이웃 관리와 댓글 담당. 



본인들의 장점을 아주 잘 파악하신 깔끔한 업무분장이었다.



그때 아버지의 한 말씀,

"블로'그'는 뭐고 블로'거'는 뭐냐?"




아직 갈 길은 멀었지만,

60대 블린이(블로그 어린이=초보) 부부의

첫 번째 N잡, 대망의 블로그이렇게 시작되었다.


짝짝짝-





ps.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부모님께서는 블로그에 올릴 봄꽃 사진들을 찍어야 한다며

다양한 장비를 담은 피크닉 가방을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서시네요.



60대 부부가 돋보기안경 쓰고 운영하는 블로그 이야기 

+ 다양한 N잡 활동기 


앞으로 더 재미있으니 쭉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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