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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설 aka꿈꾸는 알 Apr 19. 2024

딸의 정부청사 출장에 부모님이 동행하는 이유

자식이 늦깍이 신입이라도 부모에겐 자랑이다

입사 1달이 지나며

이제 좀 가해지려나 했더니... 무슨.


2월이 되니 더 바빠졌다 -_-^



약 200여 명 연말정산 자료 심사를

내가 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이건 상관없이 내가 급여담당자이므로.



신규가 혼자 하기엔 힘든 업무라는 걸 다들 아셨는지

내 업무를 보조할 계약선생님 1명을 채용해 주셨다.


그렇게 한 책상 앞, 나란히 앉은 우리 둘은

아침부터 밤까지 끝도 없이

직원들의 연말정산 서류를 심사했다.


홈택스자료, 등본, 기부금 증명서 등

모든 서류에 틀린 금액은 없는지

실수 없이 세금이 다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다 보면 눈이 빠질 것 같았다.


실제로 일하다가, 지인들에게 내가 보냈던 문자



너무 힘들어 잠시 목 축이러 휴게실에 갔는데,

계약선생님이 안경을 벗고

두 눈을 마구마구 비비며

절망하듯 한숨을 쉬고 계셨다.


하ㅠㅠㅠㅠ 이게 우리 둘의 현실이었다.




처음해보다 보니 큰 회계 실수가 날뻔해

울면서 회사통장을 들고 은행에 뛰어간 적도 있고,


(나보다 젊은 은행 직원 위로해 줌)



직원들 연말정산 환급금을

세무서로부터 돌려받는 과정에서

세무공무원의 한숨과 짜증을 10번도 넘게 들었다.


(왜 신규가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하냐며, 뭐라 함. 

저도 그 이유가 알고 싶습니다만.)


버스를 기다리며 지쳐서 울던, 눈물겨운 울릉의 버스정류장


 연휴에도 직원들은 육지로 즐겁게 출도했지만

나는 눈 덮인 섬에 홀로 남아 일을 했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외로움만이 나를 감싸고 을 뿐.


지금 생각해 보니 또다시 눈물이 날 것 같구만.(훌쩍)




그렇게 기나긴 여정의 연말정산심사가

다행히 끝이어느 날.


"어머나 알쌤! 눈 밑이 왜 그래요!!??

이렇게 짙은 다크서클은 살면서 처음 봐요!"



© ltmonster, 출처 Unsplash

나는 울릉바오가 되어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푸바오와 닮아간다니, 영광입니다(?))




2달 동안 가족들도 못 만난 내가 안쓰러우셨는지

어느 날 갑자기 계장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알쌤.

이번에 정부세종청사에서 연수한다고 공문 왔네요.

알쌤이 대표로 참석해 주세요."



헉!!

드디어 나에게 육지를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었다.


울릉도는 섬이다 보니, 출장을 나가면

동시에 육지 가족들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육지로 출장을 가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그런 귀중한 출장을

계장님이 나에게 가라고 명하신 것이다.

오랜만에 부모님도 뵙고 오라면서.




그렇게 장장 2달 만에  

(*해외에 있었던 거 아님)

나는 포항행 배에 올랐다.


이번에는 절대 멀미 대참사를 만들지 않고자

엄청나게 센 멀미약을 먹고 구석에 누워

4시간 동안 무사하게 가기만을 비나이다 기도했고


다행히! 하늘이 내 바람을 들어주셔서

나는 2달 만에 무사히...



"우와~육지다!!

육지땅에 도착을~했습니다 >0< !"


신입직원 알, 무사 귀환, 성공적.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 택시 타고 동대구역으로

▶️ 동대구역에서 기차 타고 고향 역으로

▶️ 고향역에 내려 동네버스를 타고 집으로


회사에서 점심 12시에 나왔는데

육지 집에 오니 밤 9시가 되어있었다... ㄷㄷ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해외에서 온 거 아님)


그래도 2달 만에 집에 오니 너무나 행복하구나~ 


오랜만에 본 가족들과

울릉도 특산물인 명이나물에 고기를 싸 먹으며

이야기로 밤을 지새운 포근한 밤이었다.








다음날. 내가 정부청사로 출장을 간다고

온 가족이 휴가를 빼 나와 동행했다 ㅋㅋㅋㅋㅋ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세종시 한번 구경해 보겠냐며.


이렇게 딸과 함께하는 <세종시원정대> 출동!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반지의 제왕



그렇게 차로 몇 시간을 달려.


"도시가 나타났다!! 회색 도시야!!"


나는 창문을 두 손으로 잡고는 크게 소리 질렀다.


거대하고도 깨끗한 건물이 늘어선 세종시는

울릉 대자연에 익숙해져 버린 나에겐 신세계 그 자체.



회사 명찰을 목에 걸고, 청사 입구를 무사히 패스했다.


그동안 신규 직원으로 힘든 일이 참 많았는데

이렇게 울릉을 대표해 교육을 들으러 왔다는 사실에

괜히 좀 뿌듯해졌다.

 

몇 년의 투병생활을 거치며

힘들게 공부해 입사한 보람이

이럴 때 느껴지는구나.


비록 나이는 많은 서른하나의 신입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온 직원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그렇게 열심히 연수를 들었다.


끝나고 청사에서 나오니,

부모님이 주차장에서 웃으며 기다리고 계셨다.


"우리 딸 덕분에 정부청사 구경도 하고,

세종시 호수공원에서 운동도 했다!

진~짜 잘해놨더라."


호수에 일렁이는 아름다운 윤슬이

부모님의 눈에서 반짝거렸다. 

두 분이 기뻐하시는 모습에 한번 더 뿌듯  ^_^ V


'앞으로도 출장 가면 자주자주 모시고 다닐게요.'

라고 마음속으로 아련하게 생각하며


.

.

.


(진짜 속마음: 사실은 제가 아버지 차를

얻어 타고 가는 거지 으헤헤-0-)

출처: 유튜브 KBS 크큭티비 다중이=내 마응



그렇게 '신입의 육지출장 & 2개월 만의 가족상봉'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다.

(The end  아닙니당)








다음 날, 집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

배 타고 울릉도로 다시 입도!

으 졸려 졸려. 아함.

정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다.



"과장님, 계장님, 선배님~ 잘 계셨지요?

덕분에 출장도 잘 다녀오고 가족들도 만나고 왔습니다!"


육지파워로 기운이 충전된 나는 씩씩하게 인사드리며

육지에서 사 온 빵들을 내밀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맛있는 제과점이 육지 집 옆에 생겼길래

같이 먹으려고 사 왔습니다!"


"와~ 알쌤 대박! 3층 직원들도 지금 내려오라 할게,

다 같이 먹어요."


그렇게 휴게실 탁자로 모두 모인 직원들은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며,

나의 인사하는 목소리가 한층 밝아져 좋다는

선배님들의 칭찬을 들으며, 


그렇게 울릉도 2월의 어느 날

2개월 차 신입하루는 또 시작되고 있었다.





여기서 신규직원에게 드리는
실제 경험 직장 팁!


저는 나이 많은 신입이었지만,

그럴수록 모든 직원에게

인사를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공직에 계셨던 아버지께서는 늘

"직장에서 인사만 잘해도 반은 성공이다."

라고 말씀하셨었거든요.


출장 다녀와서, 복도에서 마주칠 때

모든 상황에서

항상 상대의 직급에 관계없이 인사를 드렸고,


그러다 보니 몇몇 선배님이 좋게 봐주셔서

나중에는 제 업무도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인사 잘해서

욕 듣는 사람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건 우리 인생 전반에 다 적용될 룰이니

 기억해 주세요.






-   오늘따라 읽어주시는 분이 많네요, 감사드립니다!


직장인(신입)으로 울릉도에서 근무하며 얻게 된

직장생활에 도움 되는 노하우&

울릉도의 사진들과 꿀정보


앞으로도 생생하게 전해드릴 예정이니,

오늘 보신 분들,

앞으로도 쭉~같이해주시겠어요?


구독해 주시면 신입직원 알, 저도

이웃님들 글을 맞구독하겠습니다아>_<     -





◇오늘의 울릉도 정보◇

✔️다행히 이번 편에 알의 멀미 대참사가 없었죠? 

렇게 파도만 괜찮다면, 울릉도에 들어가는 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보통 이 어플을 보고, 파도세기를 파악해 배를 탑니다.

출처: 플레이스토어 화면, 윈디
출처: 플레이스토어 화면, 윈디

색이 붉은 건 불바다. 즉 그날 배 타면 생고생합니다.

파도를 이기지 못해, 동해 한가운데서 회항하기도 해요.


그러므로 이 어플로 파도를 미리 확인하신 후, 울릉도 입도 계획을 잡아보세요.


이전 06화 '입사20일 신입'이 20년 선배를 가르쳐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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