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니 Sep 28. 2023

명절 필수 아이템

명절이 가까워지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스트레스가 슬슬 올라오는 것이다.  명절 스트레스의 주범은 잔소리이다. '아이가 하나이니 동생을 봬줘라', '왜 하나이냐', '외동은 외롭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느냐' 등등의 잔소리 공격을 20년이 넘게 받아왔다. 그래서 명절 필수 템을 생각해 봤다.


먼저 명절 티셔츠 또는 조끼가 있다. '아이 없음. 안 가질 거임', '내 인생은 내 길, 난 힙합 외길', '싱글로 살래. 결혼 사절', '나는 외동. 동생 싫어요!', 등등의 문구가 새겨진 명절 티셔츠를 또는 조끼를 제작할 수 있다.


특수 버전으로 명절 머리띠가 있다. 이는 명절 티셔츠를 입어도 그 강력한 잔소리를 그치지 않을 때 명절 머리띠도 눈에 띄게 머리에 장착함으로써 잔소리를 원천 차단하는 특수 아이템이다. 특수 아이템답게 LED 버전으로 제작되어 번쩍번쩍하게 '취업했음', '내 인생에 아이는 하나만', '진학했음' 또는 '공시 6번째 도전 중... 잔소리하지 마세요' 등등의 문구를 새겨 넣어 무한 반복 재생할 수 있다.



이로 써도 막아지지 않는 초강력 잔소리라면 반사판 부채 아이템을 장착하자. 잔소리를 쏟아내는 사람 얼굴 앞에 들이댐으로써 잔소리가 모두 반사가 되는 효과가 있다.



이 모든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무자비하게 들어오는 잔소리라면? (보통 술이 몇 잔 오가면 반사판도 소용없다.) 그 끊임없는 노고에 표창장을 수여하자. 내가 수여하고자 하는 표창장은 이렇다.



그래서 이번 명절맞이는 어떻게 할 거냐고?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그저 용돈 봉투는 많이 준비하고 입은 꾹 닫을 생각이다. 조카들에겐 반사판 부채도 선물해 줘야지. 모두 무사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강남역 사거리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