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바람이 분다
임현숙
바람이 분다
유리창 너머 풍경이 저마다 펄럭이며 세월이 간다
나부끼는 은발이 늘어난 만큼 귀향길도 멀어져간다
유학 바람에 실려 와 아이들은 실뿌리가 굵어가지만
내 서러운 손바닥은 서툰 삽질에 옹이가 깊어진다
툭 하면 응급실에 누워있던 오랜 두통을 치료해 준 은인의 땅
무수리로 살아도 알약에서 놓여나니 천국의 나날인데
이맛살이 깊어지니
미련 없이 떠나온 고향이 옹이를 속속 담금질한다
바람이 분다
실핏줄에 들엉긴 저린 것들이
고향으로 가자고 역풍이 분다.
-림(20190820)
2021.09.03. 밴중앙일보 게재
2021 제6호 밴쿠버문학 수록
https://www.youtube.com/watch?v=t9prRvnVl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