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여름 Feb 07. 2024

되면 한다 vs 하면 된다

약점을 인정하면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

매일 떠오르는 말, 매일 듣는 말, 매일 쓰는 말이 생각보다 감정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경험을 바꿉니다.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목록을 작성하자면 그중 상위권은 (업무) 리스트와 프로세스가 아닐까요?(가끔 리스트 하면 추상자료형이, 프로세스 하면 CPU 스케줄링에 의해 시간과 메모리 자원을 할당받는 프로그램의 실행흐름이 떠오릅니다. 마지막 학교에서 매일 듣는 말은 교수님, 과제 그리고 종강이었죠)


프로세스라는 말에는 업무 처리의 과정과 구조상 Keep(현재 만족하고 있는 부분), Problem(문제라고 느끼는 부분), Try(시도해 볼 만한 해결책)을 포괄한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본업 프로세스에 KPT를 적용하는 것은 저에게는 난이도 상에 해당하지만, 부업인 가명처리 모듈 개발 프로젝트에 KPT를 적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고 나누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서 잘하지 못하더라도 해야 합니다.




하면 된다

처음에는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맞이하다가 시간이 지나 적응이 되면 할 수 있다는 태도로 임하는 순간이 늘어갑니다. 하던 일과 연관된 문제나 변화가 생길 때 프로세스를 되돌아보면서 제가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 배웁니다. 익숙하다고 자만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덕분에 다른 일을 할 때는 어떻게 이전과 다르게 조금이라도 개선해 볼지, 얼마나 쉽게 또는 직관적으로 일을 공유할지 고민해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경험이 주는 능숙함의 함정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게 조금 알면 자랑하고 많이 알면 질문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되곤 합니다. 전임자 분들의 시간이 쌓인 레퍼런스에 제 몫을 더해서 넘긴 일을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점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 속에서 성장해 온 듯합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보라는 저희 과장님의 조언을 실천해보면서 공시 방침 개정안에 대한 피드백을 더 넓게 받아볼 수 있어 기대가 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정확하게 해낼 때 누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주기적으로 하는 일은 저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되면 한다

일이 진행될 진척이 보이면 한다는 마음가짐이 어색하지만 요근래 활용한 경험이 있답니다. 늘 '하면 된다'와 '할 수 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견디는 힘만으로는 부족한 시점이 찾아왔습니다.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는 기술 레퍼런스를 구하기 어려웠고 잘 알려지지 않은 주제 때문에 동료를 구하는 건 더욱 어려웠습니다. 안 해본 것이기 때문에 배우면 다 될 수 있으니 끝까지 해보겠다는 다짐으로 끌고 가기에는 버그나 에러가 해결되지 않는 순간들이 조급하거나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프라이버시 보호 모델(데이터의 식별위험성을 정량적으로 규정하는 기법)과 민감속성의 레코드 값을 일반화하는 가명처리 기법 사이의 공통 선행 작업을 어떤 객체 구조에 정의해야 의도대로 프로세스가 흘러갈지 고려해 보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고려해 본 3안에 대해 동료에게 공유하며 '되면 한다'는 태도를 실천해 보았습니다. 3가지 객체 구조와 장단점을 비교하여 결정을 내리고 구현하기 위해 소스코드들을 뜯어보면서 제가 그토록 망설였던 3안 중 어떤 방법도 적절치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쓸데없는 행동이었을지 모르지만 3가지 대안 중 임의의 한 가지를 구현하고 더 큰 문제를 마주하는 것보다 신중하게 따져보고 선택하는 시도가 결국 더 좋은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기존 가명처리 기법 객체는 데이터를 입력받지 못하고 기능만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기 때문에 실행 클래스에만 동질 집합을 생성하는 일반 메서드를 추가하면서 의도대로 만들어가고 있답니다.




기술적인 객체 구조에서의 역할과 책임은 눈에 보이지만, 조직에서의 R&R은 말과 글로 규정하기 어려운 변수가 있어 예외와 변화에 대처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2월입니다.

약점을 마주하고 인정한 1월로 인해 오히려 2월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바꾸고 싶은 생활 습관을 하지 말자고 억누르고 지키지 못했다고 저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보다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하나 더 챙기면서 하나뿐인 저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뮨 비타민을 복용하거나 짧더라도 꼭 하루끝 스트레칭을 해주고 출근길에 한신평 리서치로 금융산업에 대한 해상도를 높이고 있답니다.


걱정과 불안의 대상이 구체적인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근거 없는 느낌인 경우도 많다.
좋아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싫어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목표는 동기가 유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뇌부자들의 허규형 선생님,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中 -
Lost in the dark, but I'll never be alone

- Alan Walker & Torine, Hello World -



이전 06화 오늘 점심 뭐 드실래요(1) 사회초년생 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