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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여름 Apr 15. 2024

동탄에서 마감실현: 上

수면과 맞바꾼 눈물의 리팩터링

(성이름, 서울 거주, 직장인, 20대, 월카드결제액 000,000원, 대출 0원, OTT 서비스 구독료 00,000원, )

KISA 가명처리 전문인력 과정 교육을 수강하던 10월부터 지금까지 제가 본업에서 퇴근 후 해온 일을 소개하자면  한 줄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비식별화된 이종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 상용 비식별조치 솔루션으로 가명처리해보면서 이상치의 처리 기준에 관해 의문이 커지기 시작했답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기 위해 그토록 긴 밤을 기뻐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면서 보내왔습니다. 우리는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운영자에게 자신의 정보를 필수적으로 수집, 이용하고 더 나아가 조회, 제삼자 제공할 수 있도록 동의(전체 선택 체크)하는 단계를 지나갑니다.


운영자가 이토록 제한적인 정보주체가 동의한 활용목적보다 유연하게 개인(신용)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특정인에 대한 식별가능성을 완화하는 조치(이하 '비식별 조치'라 합니다) 할 수 있는, 파이썬 기반 오픈소스 데이터 가명처리 ∙ 결합 라이브러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4월의 일상 공유로 지각쟁이는 늦어서 미안함을 표현해봅니다.


훌쩍 다가온 배포 시점을 앞두고 제가 맡은 가명처리 파트와 친구의 담당인 가명정보 결합 파트의 구현을 마감하고 난 후 서로의 파트의 모든 객체에 대한 소스코드 리뷰와 디버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3개월 반 동안 평일 중 하루와 주말마다 구글밋 화상회의로 각자 작업물에 대한 Q&A와 피드백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직접 한 줄씩 요건에 맞게 작성된 코드인지 테스트하고 점검한 후 의도에 부합하게 수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각 결합신청자의 다른 개인정보를 가명정보로 변환한 후 MySQL 서버 스키마(DB)에 생성한 테이블에 저장한 둘 이상의 데이터를 법률적 ∙ 행정적인 절차에 맞춰 암호화 ∙ 결합 ∙ 반출하는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친구가 고심했을지 고스란히 눈에 보였습니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따스운 햇살과 푸르던 하늘 아래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돌아오면 새로운 힘이 생겨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말에 사전투표를 마친 저는 본 선거일인 수요일에 가명정보 결합 객체의 다른 모듈 간의 결합도가 높고 하나의 모듈 내부의 기능 응집도가 낮아 친구와의 협의 하에 전면 리팩터링을 진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일의 공백을 늘리고 싶었으며 모아서 아껴 쓰는 순간도 부족하게 여겨졌습니다. 실행 결과는 그대로 두되 객체 내부의 논리나 구조를 변경하는 작업 과정에서 기능, 변수, 반환값에 대한 친구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저는 시간을 벌기 위해 친구의 소중한 공간, 동탄에서 특별한 주말을 만들러갔답니다.


금요일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 30분까지 끝이 희미한 객체 구조 변경과 실행오류, 깃 병합 충돌을 겪으면서 스르르 눈이 감겨왔습니다. 시행착오의 끝을 달리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동탄에서 마감실현(下): 마음의 결정으로 이루어낸 소망 편을 보러 놀러오시면 됩니다.


여러분은 쉴 때와 쉬면 안될 때를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 살아가고 계신가요?


브런치 맛집과 뷰 맛집의 만남 속에서 저는 (일놀)놀일을 경험하고 왔습니다.


난치병에 걸렸다고 했을 때는 '아, 이건 좀 아니긴 한데. 그래도 뭐 이참에 매일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보자'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큰일 난 거 일단 점심 먹고 해결해보자.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진짜 큰일이 났을 때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보자고 마음먹는다. 조금만 넓게 보고, 조금만 천천히 생각해보고, 조금만 진정해보자.

마음은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을 느낀다. 이 일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마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금 나의 삶은 친구들이 선물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따뜻한 관심과 정겨운 괴롭힘은 내게 최고의 울타리가 되었다.

- 양유진 작가님(빵먹다살찐떡 크리에이터),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中 -
https://github.com/ksydata/pseudonymi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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