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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여름 Aug 31. 2024

여름 한가운데 대만의 중심, 타이베이에 왔다고(3)

익숙하던 일상과 낯선 여가의 경계를 오며 가며

망설임 없이 눈이 번쩍 뜬 토요일 오전 6시입니다. 

전날 투어의 영향과 침대의 중력이 작용하더라도, 일찍 일어나고 싶다면 분명하고 확실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입니다. 


잠에서 나오려고 입가에 미소를 억지로라도 지어볼 법한 하루 꿈을 말로 표현해 봅니다. 이를테면 뜨거운 태양과 소식 없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아픈 사람, 다치는 사람 없이 안전하고 온전하게 즐기기를 바란다는 다짐을 소원합니다.


파자마에서 운동복으로 바꿔 입고 공용 라운지로 향합니다. 새벽에 잠든 H의 수면 충전 1시간 동안 커뮤니티 공간에서 초록색 가방 속 스티커가 잔뜩 붙은 태블릿을 꺼내봅니다.


재미있었던 기억을 붙잡고 싶다면 가까운 시점에 기록으로 넣어두는 것이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정리되는 일화처럼 우리의 짐도 이렇게 정돈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침 식사 5시간 전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주말의 시작 7시, 정류장 · 역사 · 시장을 지나쳐 조깅을 해봅니다. 수변공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고, 신이 난 나머지 짧은 보폭으로 발자국은 힘껏 무겁게 찍혀 금세 지칩니다.


타지라도 쉬는 날 이른 아침 야외활동하는 걸 보면 루틴을 즐기고 주의를 환기하러 나오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어 집니다.


틀어둔 음악에 몸을 맡기고 다 같이 체조를 하거나 조깅하러 온 타이베이 동네 주민들과 어디로부터 온 지 궁금해지는 자전거 라이더들이 지나다니는 길을 따라가 봅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신호등 횡단보도 앞 인도와 보도블록이 없어 조심하라고 귀띔을 주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의 순간을 뒤로하고 101층에서 도시를 둘러볼 수 있다는 랜드마크로 향했답니다.

몸과 마음을 가꾸는 새로운 공간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떤 일을 할 때 평온할 수 있는지 제가 저를 잘 알고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바퀴 친구들도 한 몫하지만요.)


다른 문화권 삶의 현장에서 우리나라와의 소소한 차이를 발견하고 왜 그런지 고민해 봅니다. 한국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매 층마다 내려가는 방향으로 되어있지만, 대만 건물은 한 층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오르락내리락 같은 구간에서 만나도록 구성되어 있답니다.


방향통일형과 달리 원점회귀형이라는 다른 점에서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오는 이가 서로를 놓치지 않고 같은 지점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지하철에서도 비슷한 차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앞뒤로 좌석이 배치되어 최대한 공간을 남김없이 활용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열차와는 다르게 두 좌석씩 가로세로 테트리스처럼 나누어져 있어 모여 다니는 일행을 고려했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럼에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오른쪽으로 한 줄 서기를 하고 왼쪽 사람들이 시간 약속에 늦지 않으려고 하염없이 폭염을 달리는 건 다르지 않습니다.


타이베이 101 타워는 명동의 N서울타워(남산타워를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요)가 떠오르곤 합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르고 내릴 때 먹먹해지는 귓가를 견딘 후에야 아파트 공화국과는 또 다른 저층 건물이 주는 편안함이 모두를 반겼습니다.

속도가 빠른 곳에서 있던 관성이 느림을 이해받을 수 있는 곳에 왔을 때 여러분은 어떤가요? 저는 우리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라 조급해하지 않으며 사는 힘이 꼭 필요하다고나 할까요.


가게에서 포장한 갓 구운 포슬포슬한 카스텔라 한 상자를 들고 밀크티 가게찾아 섭니다. 그렇게 단수이에서 한참을 거닐다가 낮에는 커피집, 밤에는 바로 바뀌는 어느 가게(a.k.a AMANDA 커피&와인&보드카&바)의 따뜻함 가득한 사장님을 만난 게 그날의 행운입니다.


밖에서 사 온 음식이 퍽 불편하실 법도 한데 음료를 시킨 후 편히 들라는 인사에 이어 식기를 건네주시는 다정함에, 앞으로 나이를 더한 저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힌트를 얻기도 합니다.

원조라고 불리는 길거리 대만 카스테라 가게 옆집에는 처음이 아니지만 우리는 최고라는 걸려있는 다짐에서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감각을 익힙니다.  


3일차는 무더움에 감정을 쏟고 싶지 않아서 여벌을 넉넉히 챙겨 온 스스로에게 고마움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여러분의 시선으로부터 반복되는 배경 속에서 우리를 배려하는 것을 찾아 당연하지만은 않은 따뜻함을 느껴보시는 건 어떤가요?

옷장 정리를 '해치워야 할 노동'으로 생각하지 말고 '여행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관점을 바꾸어 봅시다. 이사를 위해 옷을 정리하거나 여행을 떠나기 위해 캐리어에 짐을 쌀 때는 약간의 설렘이 있잖아요,

적절한 개수의 옷이 옷장에는 공간의 여유를, 나에게는 선택의 여유를 주지요.
- 이문연 작가님, 주말엔 옷장 정리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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