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퇴사, 첫 이직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회사에 드린 마지막 인사

by 늘여름

이번 생에 처음으로 퇴사 겸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업장 형태의 직장이든 기승전만큼이나 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삶의 경험 속에 빼곡히 채워가는 한 달이었습니다.


이직을 잘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만큼 퇴사를 잘하는 방식을 실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직 사유가 무엇이 되었든 말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노동력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더라도, 여전히 서비스의 이용자는 사람입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고객의 마음은 살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그 결과는 실망이 따를 뿐입니다. 퇴직하면서 프리랜서로 고용을 제안하거나 받는 사례만 보더라도 우리의 가장 첫 번째 고객은 동료일지도 모릅니다.


단적으로, 저는 새 직장에서도 전 회사에서 알고 지내던 분을 만나게 될 예정입니다. 평소에 나름의 상식으로 베풀었던 존중과 배려가 인생에서 뜻밖의 무기가 되고, 알아채지 못한 기회까지도 만들어내는 힘을 키웁니다.

마지막 출근길 아침과 점심입니다. 팀점으로 자주 가서 소소한 대화를 즐겼던 인근 샤브샤브 식당과 퇴근과 동시에 다음 일정을 위해 향했던 회사 앞 카페에서 끝을 눈에 담습니다.
사수인 주임님과 하루 힘내보자고 출근길에 앱으로 주문하곤 했던 어느 카페 음료의 운세를 공유하는 습관도 오랜 추억으로 남게됐습니다. 저 날은 둘다 행운지수가 유달리 높던 날입니다.


인수자에게 인계하는 부서의 업무

우리는 일로 성과 내는 법, 공적인 인간관계 유지하는 법은 익히 들어오고 누군가 가르쳐주고 스스로 찾아보곤 하지만, 우리에게 직장을 잘 마무리하는 법은 다소 생소합니다.


제 경력기술서 속 핵심 업무이력을 이어갈 다음 사람을 고려하면 같은 회사 내 인사이동에 의한 인수인계보다 더욱 철저하게 대비해야 합니다. 후임의 퍼포먼스는 저의 마지막 레퍼런스(평판)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영상, 카카오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 글들을 접하면서 인수인계 문서의 구성과 구두로 전달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총 11가지 주제로 일의 주기와 우선순위, 수행 목적·수단·가이드, 히스토리·숨은 문제점·대책 또는 협업 대상, 참고자료(중요한 메일 포함)의 폴더 접근 경로까지 작성되더군요.


공유 폴더에 인수인계서와 매뉴얼, 이전 결과물을 업로드한 후 메일로 전체 공유하는 순간 준비 운동은 끝났습니다. 기존 부서원들에게 흐름이 끊기거나 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급한 것부터 전수하기 시작합니다.


뉴비에게는 세부적인 실무보다는 중요한 이벤트(외부 평가 일정과 기준 등)와 상황, 목표, 내부통제 업무의 구조·특성·유형을 위주로 인계합니다. 특히, 리더 분들의 특징과 비전을 전달하는 것은 후임이 조직의 스타일과 고객의 기대치를 이해하는데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합니다.

인수인계서를 작성하면서 재직 기간 동안의 업무 과정이 25장의 서면으로 압축되었는데요, 후임으로 오시는 분께 최우선으로 보면 좋을 2가지 문서(문제와 해결 관점)를 추천해봅니다.


대면과 메일을 통한 작별 인사

퇴사 당일 수백 명 중 접점이 있었던 백여 명의 분들께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저희 부서에서 소중한 마음을 담아주신 선물인 키보드와 마우스 등은 퇴근 후 제 일상에 오래도록 함께 할 듯합니다. (특유의 쫀득한 키감과 끊김 없는 다중 페어링이 작업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친분이 있던 타 부서 동료들과도 연락처를 나누고 저와 마지막 식사를 함께 하거나 메신저와 메일을 통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뜻밖의 선물을 보내주신 분들까지 이 소중한 인연들이 시간 속에 잊히지 않도록 오늘의 글을 남깁니다.


#1.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한다면 어딜 가나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겁니다.
짧지만 소중한 나날들을 함께 해서 저도 좋았습니다.

#2.
또 삶의 한 현장에서 한 획을 긋고 다시 또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3.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어느 곳에 가시든지 늘 환한 미소 잃지 마시고 기대하고 계획한 대로 꼭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3월 14일 글을 올리는 오늘은 연차 사용이 끝나는 퇴직일입니다. 3일간의 휴가 기간 동안 평일 오전에는 카페, 오후에는 헬스장을 마음껏 다녀왔답니다. (동료픽 북카페 @채그로)


회사를 졸업하는 건 처음이라 부족하고 서툴었던 부분이 눈에 띄었을지도 모릅니다. 먹고사는 길 앞에서 아름다운 이별에는 못 미치더라도 회사에 예의 있는 마침표를,

제 인생에는 한 칸 띄어갈 쉼표를 찍었습니다. 브런치 <회사원의 자아실현>은 다음 편으로 돌아오듯이 말입니다.

<함께 만든 성과의 규모는 크다>
문제의 규모가 클수록 혼자 해결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회사는 함께 모여 문제를 풀고 가치를 만들기 위해 생겨난 집단이다.

<이직에 필요한 기술이 있다 ~ 실질 경력이 명목 경력을 앞선다>
이직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지금 내가 몸담은 회사,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인지하는 것이다. 내가 속한 기업과 내가 하는 일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 최형렬 작가님, 내 일의 필로소피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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