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어서 끝날 슬픔이라면

실컷 울어 내일은 내가 책임질게

by 늘여름

지난해 12월은 국가적 사태와 비극적 사고 속에 놀라고 울컥하고 우울이 잔잔하게 깔려있는 구간이었습니다.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뉴스로 세상을 바라보며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느끼는 교차로에 서있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바빴지만 브런치에서는 오랜 휴식을 보냈습니다. 건강을 저버려 가며 했던 노력의 끝이 시들어있는 결실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맹목적으로 임한 만큼 길을 잠시 잃었습니다.


뭘 좋아했는지도 잊어버리고 작년 하반기를 보낸 저는 연말에 운동, 영어, 독서를 이용해 삶을 가꾸면서 저를 찾기 위해 부단히 헤맸습니다. 어떤 날은 지하철에서 숨죽여 꾹 참아온 눈물을 풀어주고 또 다른 날은 길거리에서 밀려오는 울음을 터뜨리며 막힌 기분을 뚫어보았습니다.


옆자리 처음 만난 이웃사람은 등을 토닥여주며 너무 힘들 땐 쉬어가도 된다며 감사하게도 달래주시곤 했습니다. 어쩌면 여태껏 제가 울먹일 때 저를 모른척해주던 많은 이들은 다정한 무관심을 발휘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

실내에 핀 구름이 어둠을 밝히는데 쓰입니다.


마음을 혹사시키자 몸이 휴식의 신호를 이어받았습니다.

A형 독감과 급성 장염으로 아파지면서 강제로 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경력기술서와 포트폴리오에 2024년의 성과를 더하면서 22~23년의 제가 무엇을 위해 살고 어떤 일에 푹 빠져 시간을 놓고 즐겼는지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는 25년부터 다시 데이터에 관한 프로젝트로 월요일을 반기기 위한 워밍업을 시작해 왔습니다. NoSQL 데이터베이스인 MongoDB와 Python의 탐지 알고리즘 스크립트를 연동하고 Flask앱을 통해 자동화하는 이상거래탐지 모듈(FDS)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시큐어코딩도 꾸준하게 쓰임새를 배우면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저에게 가능하게 되는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환경 설정을 마치고 습관 들이기를 시작했습니다. 일단 움직이면 힘이 날 테고 그러다 보면 작은 무언가가 이루어지고 어떤 것은 바뀌려고 할 듯합니다.

아프니까 운동을 가야 하는 것이더군요. 어느새 유산소와 웨이트 트레이닝은 스스로에게 좋은 것을 주는 방식으로 삶에 자리잡았습니다.


회사와 일할 때도 제가 못하던 걸 해낼 수 있는 방향으로 더 먼 시간에 있는 저에게 도움이 되는 흐름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가능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저희 이사님처럼 저도 제 자신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좌절 속에서도 용기를 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적어도 하던 대로만 하지 않고 다른 시도를 했거나 앞으로 하려고 할 때 그건 소용없다고 부정으로 일관하는 것보다 빠르게 앞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알고 있다는 통제 감각이 주는 평온함과 안정감은 물결과 같아서 작은 돌만 떨어져도 진동이 퍼져 동심원이 점차 커지곤 합니다.


경험치를 늘리고 새로운 사람을 이해하며 스스로의 삶에 기대하게 만들기 위해 일을 한다는 점을 놓친다면,

그때의 저는 인플레이션 헷지가 안 되는 것들만을 붙잡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약하다고 움추러드는 마음이 드는 부분으로부터 말린 어깨를 당당하게 피기 위해 매일 정면으로 마주 봐야 합니다. 오늘도 저는 퇴근 후 강의 1강이라도, 커밋 1줄이라도, 유산소운동 10분이라도, 책 10장이라도 좋으니 부담을 비우고 하나라도 해보자는 다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문화와 신념을 담아 만든 쌀국수는 어찌나 깊은 맛이 나던지요, 천 번을 연구한 수제치킨은 또 얼마나 맛있을까요?


여러분이 번아웃으로 세상 옆에 작아진 모습을 발견한다면 스스로의 인생에 여러분은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어마어마하게 큰 존재라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주눅 들 때가 결핍을 찾아 바꿀 수 있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한기가 서린 겨울 강추위에 얼어붙은 감정도 정류장 온열벤치에 쉬어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퇴근하고 여름과 경희가 남았다. 여름의 책상 앞에 경희가 섰다.
"삼켜내기 힘든 하루가 있잖아. 그럼 퉤 뱉어버려. 굳이 그렇게 쓴 걸 꾸역꾸역 삼켜낼 필요는 없어.
마음도 체한단다, 여름아."

"네, 근데 아직이네요. 이번에도 안 오려나..."
"조금 더 기다려봅시다. 원래 좋은 소식은 그 무게만큼 늦게 도착하기도 해요."

- 김지윤 작가님,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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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