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용서란 무엇인가.
나는 진정한 용서가 그의 잘못을 이해하는 것,
그의 입장에 서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그를 책망 대신 연민으로 바라보는 것,
그가 나에게 했던 모진 말들과 그로 인해 상처 입은 내 마음을 보듬는 거라 여겼다.
하지만 진정한 용서란
그 일이 실제 하지 않았음을 인정함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세상은 환상이며 내가 이 생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지켜보는 자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망각 속 환영이다.
그 안에서 벌어진 고통도, 상처도, 분노도 사실은 진실이 아니다.
우리는 꿈을 꾸듯 이 세상을 살아간다. 누군가의 말에 아파하고, 어떤 사건에 분노하며,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모든 감정은 그 꿈 안에서 피어난 허상의 조각들이다.
진정한 용서란, 바로 그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내가 겪었다고 믿었던 일들, 누군가의 잘못, 그 사람의 냉혹한 말과 행동,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무너졌던 내 마음... 이 모든 것이 실재한다고 믿는 순간, 나는 용서할 수 없다.
그가 내게 가한 잘못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한, 나는 용서라는 이름으로 억지로 이해하거나, 상처를 그림자 안에 숨기거나, 내 감정을 가장자리에 밀어두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시도는 깨어남 없는 위로일 뿐, 내면 깊은 곳의 고통을 치유하지 못한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 세계를 단지 ‘체험의 장’으로 바라보고,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이 잠시 스쳐간 꿈의 장면들에 불과하다고 여긴다면, 그때 나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 도달한다. 그가 나를 해친 것이 아니라, 내가 경험을 선택한 것이라는 자각, 그 안에서 고통의 근원이 무너진다.
진정한 용서란, 상대방의 잘못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조차 없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 세상은 실재하지 않는다. 나라는 존재조차 하나의 의식으로, 단지 바라보는 자일뿐이다.
그리고 바라보는 자는 상처 입지 않는다. 감정은 일어나지만, 그 감정조차 의식의 거울에 비친 그림자일 뿐이다. 그러므로 내가 용서해야 할 대상도, 용서해야 할 사건도, 결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자각에 도달할 때, 마음속 깊이 묶여 있던 모든 고통의 매듭이 풀린다.
내가 붙잡고 있던 상처는 그저 기억의 파편이며, 그 기억은 내가 만들어낸 망상의 일부다. 누군가가 나를 모질게 대했다고 믿었지만, 그 순간조차 내가 나 자신을 통해 체험하고자 한 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선택할 수 있다.
그 고통을 붙잡을 것인가, 아니면 그 모든 것이 없었음을 인정하고 자유로워질 것인가.
진정한 용서란 그 자유 속에서 탄생한다.
더 이상 그를 탓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더 이상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그저 ‘지켜보는 자’였으니까.
그리고 그 지켜보는 자는 늘 고요하고, 늘 사랑으로 존재한다.
그것이 진정한 용서의 본질이다.
외부를 향한 이해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자각에서 비롯된 해방,
모든 관계는 이 해방의 문 앞에서 새로운 빛을 얻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상처 입은 존재가 아니다.
나는 단지 꿈속의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이제 나는 그 장면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