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감정이다.
그것은 생존의 감각이자,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내면의 경고음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두려움을 ‘없애야 할 것’으로 여기며,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피하려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는 두려움을 회피할수록 우리는 더 깊은 불안의 수렁에 빠진다.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두려움이 없어지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것과 함께 있을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마치 어둠 속에서 눈을 감는 대신, 천천히 눈을 떠 그 어둠의 질감을 살피는 것처럼 말이다.
두려움을 바라보기
두려움은 흔히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동적으로 몸과 마음을 긴장시키고, 상황을 통제하려 들며, 감정을 억누르려 한다.
그러나 억눌린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깊숙한 곳에서 응어리져 우리를 지배한다.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그 감정을 솔직히 바라보는 연습이다.
“나는 지금 두렵다.”
이 단순한 인정은 회피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첫걸음이다.
마치 자각몽처럼, 감정 안에서 ‘지금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감정과 동일시되지 않고 관찰자로 설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비판이 아니라 ‘관찰’이다.
“왜 이렇게 약하지?”가 아니라
“내 안에 어떤 이야기가 이 감정을 만들어냈을까?”라는 따뜻한 궁금증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두려움 속의 메시지 듣기
두려움은 단순한 적이 아니다.
그 감정 안에는 늘 우리 존재가 간절히 말하고 싶은 무언가가 숨어 있다.
예를 들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완벽하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담고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한다면, 그만큼 관계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두려움을 마주하는 순간,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두려움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감정 아래 숨은 진짜 감정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우리를 두려움의 껍질에서 벗어나 진실의 본질로 인도한다.
그 진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두려움은 더 이상 우리를 움켜쥐는 괴물이 아니라, 그저 우리가 성장하려는 순간에 나타난, 하나의 이정표일 뿐이다.
두려움과 함께 숨 쉬기
완전히 두려움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로 살아가는 순간들 일수록 두려움은 더 자주, 더 깊이 다가온다.
새로운 관계, 중요한 결정, 낯선 도전 앞에서 우리는 다시 흔들린다.
그러므로 우리는 두려움과 싸우는 대신, 그것과 함께 숨 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심호흡을 하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며, 감정이 지나가는 흐름을 지켜보는 것.
이러한 단순한 행위들은 우리를 순간의 의식으로 이끌고, 두려움을 하나의 파동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자연에서 파도는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지만, 결국은 다시 잔잔해진다.
우리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두려움이 몰려올 땐, 그것이 곧 지나갈 것임을 기억하자.
그 안에 머물되, 그 안에 잠기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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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마음 어딘가에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조용히, 부드럽게 마주 앉아보라.
당황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나는 지금 이 두려움과 함께 있고 싶다”
라고 말해보라.
당신은 이미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너머의 존재 상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