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실은 환상이다. 나라는 이름도, 내가 속한 사회적 위치도, 지금 겪고 있는 모든 상황도, 결국은 덧없이 변하며 삶의 끝에선 모두 사라져 버린다. 그렇기에 이 현실은 '진짜'가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환상 속에 내가 직접 들어와 체험하기로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깊은 진실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거짓이기 때문에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그 거짓 안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차리기 위한 의식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그렇다면 이 환상 속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종종 현실이라 불리는 무대에서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을 만난다. 시험을 준비하거나, 직업을 고민하거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겪기도 한다. 그 모든 일들은 마치 우리 삶의 실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불안정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시간 속으로 증발하는 장면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무시해야 할까? 아니면 완전히 빠져들어야 할까?
답은 그 사이 어디쯤에 있다.
진짜처럼, 그러나 집착 없이.
정성껏 참여하되, 결과로 나를 정의하지 않으며.
인생은 내가 정의되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더 분명히 체험하게 하는 프레임일 뿐이다.
에고는 몸을 자신이라 착각하고, 세상의 일들에 생사를 건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인식하고 있는 의식이며 ‘그 모든 것을 통과하고 있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자리에서 깨어 있는 의식으로 그 장면들을 통과하면 된다.
혼란스러워도 괜찮다. 확신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순간에도 자신이 ‘목격자’ 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모든 상황의 중심에서, ‘나는 이 몸이 아니다’, ‘나는 이 역할이 아니다’, ‘나는 이 감정 너머의 존재다’라는 앎을 가슴 깊이 품는 것.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깨어 있는 채로 머무는 것이다. 배역을 연기하되, 자신이 배우임을 잊지 않는 것처럼. 파도에 휩쓸리기보다 파도를 타며 중심을 지켜가는 것처럼.
이 현실은 환상이다.
그러나 이 환상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나의 의식은 진실이다.
그러니 나는 이 환상을 두려움이 아닌 기억의 발판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렇게 되묻는다.
“나는 지금, 이 꿈속에서 어떻게 나를 기억하며 존재할 수 있는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삶은 더 이상 나를 잊게 하는 허상이 아니라
나를 다시 기억하게 하는 연습장이 된다.